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텐조 Mar 09. 2024

소소한 변화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06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 육 번째 



수술 도중에 더 강하게 내리치라는 무서운 소리와 함께 공사장에서 날 법한 망치소리가 났다. 그렇다. 난 수술을 마친 지 이틀이 되었다. 어젯밤은 코에 솜을 아주 가득 넣어놓은 채 입으로 숨을 계속 쉬어야 해서 입도 마르고 여러모로 불편한 하루를 보냈다. 오늘 가서 아침에 솜을 빼는 데 24년도 가장 힘들었던 순간 중 하나였다. 여하튼 수술 후 회복까지 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코피와 함께 나오는 콧물을 계속 닦아내고 있다.




건강을 직시하고 미루지 않는 것이 좋지만 그런 마음을 결정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또 다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나 혼자 수술한다고 해도 옆에 케어해 주는 가족이 있어야 하고 또 경제적 여건을 생각한다면 이중 삼중으로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 환자는 자기의 아픔도 아픔이지만 같이 있어주는 가족들의 눈치도 봐야 하는 서글픈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아무튼 그렇더라도 내가 사람이 살기 위한 기본적인 호흡이 힘들어 치료받듯이 기본적인 건강문제가 생긴다면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건강의 태도이다. 일이 더 커지면 부담도 비례하기 때문이다. 추접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피가 섞인 콧물이 계속 흐르다 보니 왠지 코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마스크를 쓴 채로 밖에 나가 거실 짐 쌓인 곳에 박혀있던 예전 공기청정기를 다시 꺼내 먼지를 털어내고 물티슈로 닦아냈다.


고양이를 키우기 때문에 혹시라도 알레르기반응이 채혈검사하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반응이 있거나 없더라도 공기청정기를 계속 틀어놓는 게 건강을 위해 득이 되면 득이 됐지 해가 되지는 않으리란 판단이었다. 그렇게 필터 주문도 마치고 글을 쓰고 있으니 뭔가 프레쉬한 느낌이 든다(가열차게 시끄럽게 10분간 청정모드를 돌린 덕분인지). 예전에 사놓았던 공기청정기도 어느샌가 거추장스럽다고 먼지가 많이 끼여 귀찮다고 코드 뽑고 있다가 방치했는데 어느새 정신 차리고 다시 돌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의도적이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중요한 건 찾아오는 변화를 자기 자신을 위한 방향 쪽으로 탄력 받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 예전에 참.. 똥고집 아닌 똥고집이 있었는데 주변의 조언이나 잔소리가 듣기 싫어 알량한 자존심에 내가 결심할 때만 변화하겠다고 했는데 물론 지금도 중요성은 나에게 여전히 초점을 두고는 있지만 그때를 돌이켜보면 답이 없었던 것 같다.


성장하는 데 있어 찾아오는 대부분의 변화들은 낯설어서 전혀 반갑지가 않다. 불편해서 금방이라도 다시 내려놓고 싶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 날 180도 변화한 사람을 보면 "와 대단하다 한 번에?"라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보이는 모습이나 언행이 완전히 새 사람이 되었다 생각하긴 했으나 그 이전에 마음속에서 끊임없는 갈등과 고민으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점점 쌓여서 어느 순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이 맞는 말인지 모른다.


만약 자기 관심 밖의 현상들에 고민하거나 그것을 두고 여러 번 시간을 전혀 가지지 않았다면 지금 혹은 미래에 변화된 모습이 짠하고 나타날 수 있을까? 남들 앞에서는 변할 거야라고 외치거나 혹은 반대로 아무 말 안 해도 어느 순간 달라진 모습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숨을 못 쉬어 답답해서 있다가 변화의 포인트가 하나둘 쌓이더니 결국 수술을 한 나처럼 말이다.

이전 20화 혁명이 힘든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