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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Mar 07. 2024

발을 디디면서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04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 사 번째



이번주 대학원을 다시 찾아가 교수님을 뵈었다. 한 학기 휴학을 했던 차라 이제 다시 논문에 집중하기 위해 복학한 것이다. 대학원 초창기에 적응을 못해 수업 끝나자마자 집에 갔던 그 시절이 휴학하기 전까지 계속되었던 터라 마치 "학교 공포증"이 있는 것처럼 느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중고등학교시절도 그렇고 대학교 시절도 그랬으니 정면으로 문제를 바라보지 않았던 20대 중후반도 마찬가지였던 셈이라 대학원도 그 기조를 물려받았었다.




하지만 지난 학기 휴학하면서 모임과 내 생활에 집중하다 보니 대인관계가 협소하고 방구석 외톨이라 생각했던 우울한 나는 상당히 회복하고 진전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모임을 진행하면서 직장을 다니거나 사회생활을 하는 동 나이대들, 나보다 나이 많은 연륜 있는 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여러 사람과 있는 것이 아무렇지 않지만 학교를 갔을 때는 오히려 또래들과 동료 선생들을 보면 어색함에 스스로 피하고 이미 그들은 연구실에 상주하고 친해지다 보니 나는 랩실에 들어가는 것조차 어색하고 뭔가 그들만이 정보를 교류하고 있어 기분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학과 내 업무부담도 서로 나누면서 나에게도 주어졌지만 말투나 처세가 상당히 별로였고 그런 면을 느껴 랩실 들어가기가 더더욱 꺼려지고 더욱 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튼 뜸했고 연락도 거의 안 하게 되었다. 그런 게 스트레스로 쌓이다 보니 논문이고 뭐고 손에 안 잡혔던 연약한 새싹이라 진전이 없으니 교수님께도 잔소리를 들었고 나는 위축됐고 또 외부적으론 모임과 공동체 일들이 있어서 휴학을 결정했었다.


뭔가 그렇다. 랩실내에 모든 선생님들이 그런 것 같지 않지만 저런 사람들이 졸업하고 자격증을 따는데 과연 제대로 된 상담을 할 수 있을까란 의문마저 들게 하는 사람도 많았다. 물론 나의 뇌피셜이지만 상대방을 대하는 모습이 융통성도 없고 철없는 사람들로만 보였다. 사람들도 많다 보니 아무래도 강의실에 들어가면 더더욱 위축되는 것이 있었다. 어쩌면 여전한 불안장애이겠지만 돌이켜보면 백번 양보하더라도 각자 도생하며 졸업하기 위해 노력하다 계산기 두드리다 연합하는 모습이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거기서 나는 시선을 이겨내며 내 할거나 했으면 됐을 것이지만 상당히 힘들었고 휴학하기는 잘했다. 덕분에 스스로를 무한한 성찰의 꼬리에서 어느 정도 정리하고 삶을 개선하기 위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저렇게 뭔가 부당하다고 느꼈던 것도 내가 오해한 부분도 있다. 수업 끝나자마자 가거나 먼저 다가가지 않았던 것, 술자리를 싫어해 그냥 갔던 것도 마찬가지로 일정 부분 내가 해도 될 부분이 분명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시간은 이제 지나갔고 논문만 집중하는 시기라 그냥 교수님과 교류만 해도 되기에 속이 편한 것도 있을 테지만 뭐라 하든 나는 나대로 살아가는 것이기에 부족한 점도 있지만 굳이 반추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좀 더 나은 모습으로 학교를 방문했다는 것이고 과거보다 오늘을 살고 좀 더 나은 하루를 보내기 위해 신경 쓰고자 하니 그런 것들은 부차적이고 내가 굳이 맞춰주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갈 것이다. 즉 더욱 뻔뻔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괜히 뻔뻔과 소심 사이에 헤매다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아무튼 주차를 하고 학과가 있는 건물까지 걸어가면서 수많은 학생들이 지나가는데 뭔가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예전의 나처럼 힘든 시기를 겪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불안장애는 당당히 바라보고 하기에는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본인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그때가 마냥 최악의 순간 그 자체는 아니기에 조금이라도 직시하게 된다면 보다 편한 마음을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본인의 삶은 본인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므로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뻔뻔하고 당당하게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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