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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Mar 15. 2024

무엇이 그를 살렸는가?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12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 십 이 번째



12번째 솔저(국내 2019) / 감독 해럴드 즈워트

나는 감정파라 영화를 보면 바로 감정이 북받쳐 오르고 영향을 강하게 받는 편이다. 바로 방금 거실에서 부모님과 함께 몸에 전율을 느끼다시피한 영화 한 편을 보고 왔다. 그리고 글을 작성한다. 23년도 하반기와 24년 지금까지 본 영화 중 가장 인상 깊은 영화라 단언하고 싶을 명작이었던 것 같다. 작품명은 "12번째 솔저" 처음에 제목보고는 "에이 그냥 흔하디 흔한 B급 전쟁영화"라고 느꼈지만 너무 좋았다. 




얀 볼스루드(이하 얀 볼스루)라는 노르웨이 전쟁영웅의 실화를 다룬 이야기다. 어쩌면 노르웨이 판 명량처럼 마찬가지로 전쟁영웅에 관한 작품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애국심 키워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국뽕이 차올를만한 대사나 장면이 몇 개 있긴 하지만 시대적 배경 그리고 메시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납득이 가기에 애국영화라 치더라도 훌륭했다. 


얀 볼스루는 노르웨이 레지스탕스, 2차 대전 나치 치하 노르웨이 저항대원이었다. 우리나라 김구 선생과 동료들이 광복직전에 미국에서 훈련받듯이 노르웨이 레지스탕스도 영국에서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노르웨이 나치의 항공관제탑을 파괴하기 위한 마틴 레드라는 작전을 진행하는데 실패로 돌아가며 동료 11명은 잡히고 현장에서 사살되거나 후에 고문을 받다가 처형을 당하지만 마지막 12명째인 얀 볼스루는 글로도 표현하기 힘든 소설로도 표현해도 말이 안 되는 끝끝내 살아남는 이야기가 영화 스토리다.


영화의 시작은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고 어선을 탈출하며 동료들이 해안가에서 나치에 의해 잡히며 볼스루는 한쪽 발이 맨발인 채로 도망을 시작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노르웨이는 북극에 가까운 영토, 한마디로 얼어 죽기 딱 쉬운 나라다. 그런데 영화도 영화지만 촬영하던 사람들도 그 바닷물에 빠지고 눈 속에 들어가고 하는 것을 보며 저절로 방에서 보일러 온도를 더 키고 싶었다.


볼스루는 한쪽이 맨발인 상태로 혹한의 환경에서 발이 썩어가며 노르웨이 마을 곳곳으로 피신을 하며 나치의 순찰을 피한다. 마을 사람들의 도움 그리고 디테일한 부분은 영화의 각색일지 모르지만 여하튼 대단한 천운까지 겹쳐서 위기를 모면하게 되는데 주목할만한 점은 볼스루가 바닷물에 또 빙토에서 또 설산에서 눈보라에서 오두막에서 바위 속에서(많기도 하다) 살아남기까지 극한의 환경에서 정신줄이 놓일만 한 장면들이었다.




눈사태 때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두 눈이 좀비처럼 충혈되어 3일 동안 그 드넓은 숲을 건너 마을에 오기까지 잠깐 비추는 정신착란이라던가 오두막에서 나치대원이 쳐들어와 발각되는 악몽이나 바위에서 예전 동료들의 생각까지 육체와 정신이 극한까지 몰리게 되면 사람이 어떻게 되고 얼마나 처절한지 보여준다. 그래서 내내 감탄했던 것은 볼스루의 놓치지 않는 정신줄 내지는 극한의 의지다. 


바위 좁은 틈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로 누워 지내며 다른 이의 손길을 기다려야 했던 그 시간 속에서 손가락으로 집어든 남은 식량 한알을 설명하는 그 장면. "한쪽은 아침 한쪽은 저녁 한쪽은 다음날" 모든 이가 운이 좋게도 볼스루를 살리려고 노력하지만 그것도 볼스루가 포기하지 않는 전제로 가능한 것이기에 이 모든 기적이 이루어졌던 것 같다. 예전에도 생존영화를 간간히 봤었지만 임팩트 있는 약 70일간의 실화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뚝이는 발로 국경을 넘기까지 순록 썰매의 광활한 장면이 이 영화를 더욱 인상 깊게 만들었던 것 같다.


어쩌면 마을 사람 중 한 명인 구드룬이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대사처럼 볼스루가 살아남기까지 그가 버텨낸 일련의 과정은 본인의 대의로 인해서, 마법이라 해도 믿지 못할 정도의 생존력을 그리고 노르웨이 사람들이 그를 전심으로 도왔던 이유이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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