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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Mar 17. 2024

메아 쿨파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14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십 사 번째



모임도 마찬가지로 사람 사는 이야기, 자기만의 색깔을 알 수 있는 일화를 듣고 배울 점을 찾는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똑같고 나만 겪는 감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점은 모임의 목적을 이루고 있다는 신호다. 고독감이라는 감정은 누구나 피할 수 없고 누구나 겪게 되는 힘든 감정이다.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처럼 무인도에서 윌슨을 만들지 않고서야 버텨내기 힘든 감정이라는 점에서 인간은 분명 사회적 동물이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사실 말하기 전까지는 모른다. 그가 그토록 힘없고 힘들다는 걸. 그리고 행복순위 하위권을 달리는 우리나라에서 그런 이야기를 받아줄 곳은 많지 않다. 고독사 시대에 이웃 간의 간섭과 오지랖이 없는 시대라 좋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소통도 단절되어 있다. 그래서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풀 데가 없는데 그런 점에서 우리 모임이 순기능을 하고 있어서 나름 보람을 느낀다.


메아 쿨파(Mea Culpa)라는 라틴어 문구가 있다. "내 탓이오"라는 의미인데 대개 자신의 죄를 속죄하고자 썼던 문구이기도 하다. 축제의 불꽃이 팡팡 터질 고독감을 느낀다라고 썼던 글처럼 오늘도 똑같이 말했지만 다른 이들도 삶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혼자 활동하는 것에 대해 무기력을 느낀다는 의견을 꺼냈다. 혼자 지내는 것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상대적 고독을 느낄 체감한다. 멤버는 여행지를 갈 때 다른 이들이 같이 다니며 서로 티키타카 하는 것에 부럽다고 했는데 십분 공감했다.


영화를 보더라도 같이 그 감정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 노래를 부르더라도 같이 있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힘들다. 다만 어디까지나 고독의 한 면을 볼 때 그렇지. 초등학교 시절 혼자 놀기의 달인이었던 나는 그런 고독감이 낯설지가 않았고 대학교와 대학원 시절도 마찬가지다. 물론 안 힘든 건 아니다. 감정이 북받쳐 오르기도 하고 나만 불행한 이 상황에서 마음 한 구석이 헐어버린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왜곡된 정보가 교차검증을 안 하고 전달되듯이 자기 혼자만의 판단으로 고독을 심화시킬 때 모든 것이 내 탓이오라는 생각은 반박할 만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때 당시 우울한 감정도 지금 와서 보면 나만이 겪는 문제도 아니거니와 함께 할 사람은 항상 있다는 것이고 그런 고독감은 일시적인 것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이 죽음 앞에 일시적이라며 냉소적인 판단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따지면 즐거움도 잠시면 불행도 잠시라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혼자 살아가는 개인주의 시대의 특성상 자기만의 가치관, 커리어, 정답은 그 누구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정보의 바닷속에서 어떤 진리를 찾기 위해 매진하고 또 위로를 받기 위해, 철학적 공백을 메꾸기 위해 사이비 종교에 투신하기도 하지만 그 누구도 스스로의 결정에 대한 답을 내려주진 않는다. 다만 재료만 계속 제공해 줄 뿐이다. 어디까지나 어떤 요리를 해 먹고 소화시킬 지는 전적으로 나의 몫이다.


그런 점을 볼 때 고독은 매운맛 훈련장인데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현재와 과거를 진단하고 미래를 결정하는 자립의 시간이다. 아이러니하게 이때만큼 불안정하고 우울한 순간은 또 없다. 하지만 자연의 이치가 설명해 주듯 비가 오면 땅이 곤죽이 돼 듯하다 다시 해가 뜨면 굳듯이 이 고립과 고독의 순간에 자기만의 가치관을 만드는 인고의 시간을 가진다면 다시 나왔을 때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생각은 곧 어떤 의미에서 행복한 내 탓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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