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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Jul 03. 2024

말로써 풀어가는 것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20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이십 번째



모임을 갔다 온 뒤로 추상적이던 생각이 오롯이 잡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늘은 다소 무겁고 현실적인 주제가 나왔다. 그래서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각자 이겨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안 그래도 상담이나 정신과 이야기도 같이 나오면서 뭔가 말로써 풀어내는 것에 대한 의견이 등장했다. 괜히 제 발 저린다고 말로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짠!하고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쪽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동의하는 듯 해 보였다. 상담의 편견은 가서 떠들고 와도 잠시 뿐이며 그렇다 할 효과는 스트레스를 잠시 날리는 것 밖에 없다는 의견을 곰곰이 들어 보았다. 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시선이 많이 나아진 것이 보였다. 직장 내 상주하는 상담사들도 많이 있어 보였고 압박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상담을 받으러 많이 들 가보는 모양이다.


그런 데 추상적인 듯한 상담 활동 그리고 말로써 해소하는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 다시 한번 돌이켜봐야 한다. 실제로 상담을 하거나 받다 보면 보편적인 시선에선 처음과 끝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무슨 이야기냐면 상담 전에 끙끙 앓다가 용기 내 찾아가는 장면과 끝에서는 잠시 좋아진 상태 그리고 누군가 들어줘서 잠시나마 스트레스가 해소된 상태를 떠오르게 마련인데 내 생각으론 상담은 과정이 키 포인트다.


즉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추상적인 이미지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점진적 변화나 통찰 때문에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결국 답이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왜냐면 아무리 상담사가 해결방법을 대놓고 제시해도 선택은 내담자의 몫이며 그것을 깨닫는 것도 결국 내담자이며 그대로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도 내담자이기 때문에 그런 일련의 과정에서 얻어내는 것은 내담자의 몫이기도 해서 이 복잡할 수 있는 과정에 대한 내막을 알기란 귀찮기도 하고 쉽지도 않다.



또한 단편적이고 일률적인 해답이 나오길 기대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실망할 수밖에 없는 게 내담자들의 고민이나 처한 상황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그 사람에 맞추어 상담을 하다 보면 같은 자리에서 경험을 이야기 하다 보면 모두가 동의할 만한 구체적인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상담은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과정에서 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말을 하다가 정말 뜬금없는 순간에 스스로 깨닫는 바를 찾는 순간이 많기 때문에 그 포인트는 하다가 나오게 된다.


그냥 가볍게 생각해도 스트레스라도 풀리면 그게 어디인가? 일말의 도움이 되는 것 혹은 잠시나마 환기하는 것도 전혀 예측 못하는 곳에서 풀리게 하는 과정중 하나라는 것이다. 응어리진 마음이 말로써 풀어가는 것은 대단히 가벼우면서도 대단히 무거운 삶의 요점이다. 듣기만 해도 그동안의 쌓였던 마음이 해소가 되는 것에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발견하는 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정에서의 통찰을 얻었다고 끝나는 것은 또 아니다. 과정은 끝나지 않는 법이니까. 한 과정이 끝나면 다른 과정은 계속 이어진다. 상담센터를 떠나 다시 본인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순간 까먹게 되고 이전의 통찰을 욕을 하든 고이 간직하든 그건 내담자의 몫이며 상담자는 오롯이 묵묵히 지원해 주는 것에 의의를 둔다. 결국 각자의 삶의 주인공은 내담자 본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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