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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Jul 02. 2024

주황색 신발을 산 이유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19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십구 번째



검은색과 하얀색.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 패션도 마찬가지. 거의 흰색 아니면 하얀색이다. 이런 점에서 혹자는 개성이 없는 사회다, 남들 시선에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회라고 이야기를 한다.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이다. 과도한 일반화인지는 몰라도 시내 거리에선 유채색을 가진 자동차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인터넷에서 옷을 보노라면 홈페이지에서 대부분은 무채색은 거의 품절이기도 하다.



또 다른 의견은 실용적이라는 관점에 있다. 검은색은 아무래도 때 타는 것에 대해 신경을 안 써도 된다라는 의견이 있고 하얀색은 모두가 인정할만한 무난한 색이니 거부감을 안 준다는 의견도 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사실 다른 색깔 산다고 쳐도 어느 순간 때가 타거나 색깔에 대한 후회가 있을 때면 검은색과 하얀색이 가장 무난한 색일지도 모른다.


저번에 나는 베이지색과 주황색이 좋아하다는 글을 올리고 주황색 신발을 사서 신고 다녔다. 그러자 아빠는 주황색을 신는 사람의 심리는 뭐냐?라는 농담을 했고 모임에 나갈 때 신기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지어 총선 끝난 지 얼마 안 되던 때라 나 같이 세심한 사람(?)은 특정 당의 일원인 줄 알까 봐 시간이 지나고 신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개성을 표현한다는 것은 분명 많은 이야깃거리를 안겨다 준다. 예전에 노홍철이 호피무늬인지 얼룩말 패턴의 자동차를 끌고 다닐 때 방송에서 돌+아이라는 자막을 띄우기도 했는데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다는 것에 나르시시즘이나 정말 돌아이로 보는 경우가 있어 상대적으로 누군가에게는 이질감 내지는 더 심하게는 혐오감을 들게 만든다. 예전에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빨간색으로 머리를 세우고 다니는 사람이나 원 컬러로 무장한 어르신을 보노라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의 시선도 그렇고 인터뷰는 노골적인 부분을 편집해도 이상한 사람이라는 느낌의 의견도 많았다.



그렇듯이 나는 괜찮을지는 몰라도 다른 이의 시선을 신경 쓰면 옷 고르는 데 있어도 대단히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내가 좋으면 장땡이지 무슨 상관이야라고 외쳐도 실상은 그냥 무난한 패션을 고수하기도 했는데 한 가지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은 내가 괜찮을지는 몰라도 상대방의 시선의 내가 좌지우지되지 않을 정도로 과연 탄탄하냐 와 내가 아무리 꾀죄죄 츄리닝 차림이 괜찮다고 할지라도 그건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은 첫인상에 대한 평가의 어쩌면 부정적인 변수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뛰어넘고 나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다면 누가 뭐라 해도 그건 자기 맘이다. 자기가 만족하면 장땡이니깐. 그런데 맥락적인 혹은 문화적인 관점에서 사회 속에서 다른 이들과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낸다거나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옷 차림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회사에서 뭐라 한들 일만 잘하면 되지 옷차림조차 신경 써야 하냐"라는 의견에 대해서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쪽이었지만 지금은 반대다.


여하튼 개성과 눈치의 균형은 본인 스스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욕먹어도 나는 괜찮다고 하면 그것대로 정답이고 이미지를 의식해서라도 깔끔하게 입고 다녀야 한다면 그것도 정답이기 때문이다. 내가 주황색 신발을 사서 신고 다니는 이유는 원컬러의 풀 코스 패션이 아닌 액세서리처럼 한 부분만 개성을 나타내려고 했던 밸런스의 고심이라 할까 그런 점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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