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세월이 야속하더라~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584

by 포텐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오백 팔십 사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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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샤워기 호스에서 물이 안 나와서 수도꼭지를 오매불망 내렸다 올렸다 해도 안 나오자 수도관이 말썽인 듯 싶었고, 결국 대공사를 하는 날이었다. 물론 나는 어디까지나 보조였다. 항상 아버지가 하셨고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옆에서 필요한 게 있으면 건네주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혼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난감할까?라는 생각에서부터 가족에 대한 소중함 등등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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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프론 테이프로 밸브를 감고 또 돌리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번거롭고 한번 힘차게 돌리면 힘을 다 써 그날은 앓아누울 정도다. 수도관에서 수도꼭지, 그리고 샤워 호스기까지 기나긴 통로를 연결하는 데 얼마나 편리하게 살고 있었는지 싶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나이에 비해서 상당히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셨는데 세월의 힘 때문에 안타깝게도 점차 근육이 빠져나가는 팔이 보였다.


나는 아직도 30의 나이에 여전히 초등학생 때의 온실 속 화초처럼 지내고 있으나 산전수전 다 겪은 아버지를 보노라면 내가 언제까지 응애응애하고 살아갈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모님과의 생활이 영원하지 않으리라는 마음에 착잡하기도 하고, 슬픈 감정마저 들었다. 세월 혹은 시간의 힘은 공평하면서도 가차 없다. 그리고 거리낌 없이 흘러간다. 결코 붙잡을 수 없는 과거, 생로병사의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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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디엠이라고들 하지만, 정말로 매일매일 하루를 소중히 하고 의미 있게 대하듯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일 년만 해도 365일의 가치 있는 나날이 이어지고 존재의 살아 숨 쉼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는 걸까? 정말로? 내가 생각하는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작업은 오히려 하루하루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시간에서 벗어나 내가 하고자 했던 일들을 하는, 과정중에 머무르는 것 자체가 즉 세월을 풍성하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카르페디엠, 혹은 "오늘을 충실히 살기랑 뭐가 다르냐" 한다면 나는 조금 더 작은 영역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이미 하루 즉 열몇 시간이라는 시간조차도 에너지 넘치게, 환희에 젖은 채로 풀가동 한 채 보낼 수는 없다. 결국 하루는 오늘 임팩트 있었던 일들의 긍부정의 총합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나는 오늘 하루가 망쳐지든 기적이든 간에 정말 지금 이 짧은 순간 혹은 내가 하고 있는 쓸데없는 것에 집중하는 이 시간이 의미를 채우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설령 내가 자기 전에 오늘 별로다라고 생각하다 한들, 오히려 전체적인 관점에서 그 또한 채워나가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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