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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Nov 08. 2023

선택의 선택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83

벽돌 시리즈 팔십 삼 번째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부장님이 외친다. "난 짜장". 분침이 정시에 다가오자 갑자기 힘이 솟던 직원들의 말똥말똥한 눈동자가 다시 잿빛이 되어버린다. "아 그럼 저도 짜장", "원래 저는 화교라서 짜장만 먹습니다" 별의별 답정너와 아부는 덤이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매체에 풍자되는 회사의 분위기는 서술된 것처럼 밥 먹는 것조차 선택의 여지가 없어 따라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도 그런 회사들도 있었고, 있기도 하고


사소한 것조차 선택할 수 없는 사람들이 무슨 행복이 있으리오. 그런데 선택장애라는 유행어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요즘은 오히려 너무 많은 선택의 파도에 사람들은 무엇이 나은지 계속 비교하고 고민에 빠져있다. 가성비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떤 게 더 가성비가 좋은지 끊임없이 알아보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고 노력한다. 또 중요한 일이나, 자기 삶의 방향과 진로에서도 선택장애는 발병한다.


사소한 것에서 중요한 것까지 끊임없이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선택하기 전의 심정은 머리 아프고 일이 잘못되면 어떡하나, 내 선택이 잘못되면 어떡하나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심지어 어떤 선택이 옳은지에 대해 계속 고민만 하다가 시간 다가서 그때서야 결정을 내려 이미 타이밍을 놓쳐 이도저도 아니게 될 때도 있다.

자유로운 인간의 삶 속에 선택한다는 능력은 자기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큰 축복 중 하나지만 오히려 수많은 선택지가 그런 자유로움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예 선택을 귀찮아하거나, 내키지 않아 해서 어떤 결정에 있어 누군가에게 맡겨버리거나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머리 아프고 후회할까 봐 하는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그런 모습을 계속 보이면 누군가는 그런 사람을 우유부단하거나 "호구"라고 저당 잡히게 명분을 만들 수도 있다. 선택지가 아무리 많고 결과는 다양하다지만 머리 아픈 갈림길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 한다.


애초에 선택하지 않으면 선택장애고, 고를 수 있는 선택이고 더 이상 제시되지 않는다. 그냥 외부환경에 그때그때 반응하며 산다거나 누군가의 선택에 동조되어 어느새 싫어도 같은 배를 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택장애도 선택장애를 겪을 것인지 아니면 그냥 순응할 것인지도 "선택"해야 한다. 선택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문다는 입장은 어쩌면 중립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그 또한 선택이다. 매 시간이 거의 우리의 선택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선택장애가 싫다고 하는 사람, 자기의 귀가 얇다는 사람들도 결국 지금도 선택하며 살고 있다. 다만 외부적 환경이 어색하거나 강렬하기에 그렇게 휩쓸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자의 삶에 스스로가 다 모두 주인이기에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이미 너무 흔해 깜빡할 뿐이지. 선택이 저주이냐 축복이냐로 따지기 전에 일단 많이 선택해 보고 선택대로 시간을 보내봐야 그만큼 후회도 줄어들지 않나 싶다.


생각보다 선택이 주는 후회는 크지 않다. 오히려 내가 한 또 다른 선택이 예상과 달리 특이하거나 더 나은 결과나 경험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어떤 선택을 하든 비교를 하면 끝이 없고 반대쪽 선택을 해도 똑같을 현 상황에서 "다른 걸 선택 했다면 좋았을걸"이라는 생각은 그쪽 떡이 더 커 보이는 환상일 뿐이다.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계속해서 해나간다면 "선택은 축복이냐 저주냐"의 선택장애 속에 축복으로 가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생각한다. 그래서 선택도 많이 해봐야 하는 것 같다.


둘 중 뭐가 더 좋은지는 본인이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제아무리 누가 소근소근대거나 알려줘도 내가 싫으면 잘못된 거고 좋으면 잘된 거니, 여러 의견 그리고 닥쳐오는 상황 속에 선택을 내려야 할 결정이라면 지금의 풍조처럼 가성비를 따지며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도 좋으나 선택하고 나서 후회보다는 이미 원했던 바를 얻기 위해 우직하게 나아가는 힘도 필요해 보인다. 애초에 의도했던 대로 선택해서 결과가 좋다면 선택을 잘한 것이지만 걱정한대로 결과가 나타난다면 우리는 그것을 또한 반면교사라 부를수 있다. 제 아무리 선택을 잘할수 있다, 잘한다 생각을 하겠지만 결과는 그 누구도 알수 없는 것이므로 너무 생각하지 말고 어느정도만 추스리고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색깔이 마음에 안 드네.. 일단 반품하러 나는 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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