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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Nov 19. 2023

사회 속의 개인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95

벽돌시리즈 구십 오번째

여기까지 30개 글을 벽돌시리즈3으로 묶고 4편 새로 시작할 것이다

생각보다 커뮤니티 중요성은 크다. 화자와 청자의 이분법적인 구분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물리적 공간과 그리고 보이지 않는 분위기를 담당하는 심리적 공간이 각 개개인에게 부여하는 안정감이 있다. 그리고 관계적 욕구충족은 사람은 역시나 혼자서 살기에는 한계가 있는 사회적 동물임을 체감한다. 말과 말이 전달되는 과정 그리고 그 사람의 태도와 표정이 단 1초라도 감지가 가능하다. 왜냐하면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무리에 속하기 위한 감각은 선사시대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일요일에 시간도 비어서 나오겠지만, 누군가는 힐링과 관계적 욕구충족을 위해 나온다. 각자 사연과 의도는 다르지만 하나의 공간 속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아서 그게 잘 통하는 날이면 굉장히 기분이 좋고 만족스럽지만 정작 붕 뜨는 느낌과 함께 휘발적인 성격이 되는 날도 있는데 그런 날이면 한마디로 노잼이다. 하지만 매번 재밌는 날도 없고 재미없는 날도 없다.


몇몇은 떠나고 몇몇은 들어오는 순환을 통해 결이 맞는 사람은 남아 계속 같이한다. 나는 초창기부터 함께해 온 멤버 중 극 소수를 "원로"라고 칭하며 농담 삼아 소개하고 부른다. 그런 "원로"가 함께 하기에 커뮤니티는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몸은 떠나 있어도 마음으로 함께 하거나 연락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낀다. 여하튼 커뮤니티가 있고 거기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는 것은 득이 되지 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심리학자 데시와 라이언은 인간의 기본적인 3대 심리적 욕구를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으로 구분했다. 가끔 아니 대중적으로 매슬로우의 욕구계층이론이 인간의 욕구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하지만 비판도 있고 한계도 있기에 나는 오히려 데시와 라이언의 이론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한마디로 인간은 자유롭길 원하고, 능력 있다 인정받길 원하거나 환경 속에서 통제하길 원하고, 사회적으로 자기 존재가 수용받길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커뮤니티의 역할로 비추어 보건대 기본적으로 관계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않나 싶다. 현대 사회가 아무리 개인플레이라 하지만 고독한 인간은 다른 이와 친교 하길 원한다. 끊임없이 비교하고 기준을 부여하는 사회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사회에서 자기 존재가 인정받기에 비교를 당하거나 비교하는 것이다. 자기 존재가 애초에 원시적 추방처럼 마을을 떠나게 된다면 언급할 자체가 없는 것이기에 이 또한 좋게 생각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커뮤니티는 더 나아가서 자율성과 유능성을 함양해야만 오래가고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아무리 사내에서 친목한다고 회식이나 간단한 회의를 하더라도 사원이 힘들어하고 싫어하는 이유는 위치와 통제권이 없기 때문에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본인 사생활에서 누리는 관계적 자유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어서다. 그나마 회사 내에 붙어있는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유능성이란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즉슨 정신건강과 직결되어 있다. 취업이 힘든 요즘 세상에 경제적 활동을 못하는 혹은 안 하는 사람들이 우울증이 심화되거나 탈선되는 이유도 경제적 활동이 단순히 돈을 버는 것 그 이상의 가치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악덕한 회사라도 부려먹을 사원은 결국 "부려먹는 가치"라도 있기에 비록 욕을 하더라도 직원들이 붙어있다. 경제적인 이유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가끔 일 안 하고 돈만 많이 벌고 싶다는 갓수의 삶을 살고 싶다는 이의 이야길 들어보면 전혀 공감이 안 가는 게 이런 이유다. 경제적 활동의 "활동"영역이 사라지게 되면 과연 빈 껍데기 남은 영혼이 무엇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돈 쓰면서 자기 존재를 인정받는 사람들은 그 맛에 악착같이 벌어 소비하고 만족하며 살아간다. 이런 메커니즘을 보건대 데시와 라이언의 3대 욕구는 굉장히 공감이 가고 직관적이라 이해하기도 쉬운 것 같다.


혹시라도 스스로가 어떤 소속, 조직에 있다 해서 만족스럽지 않은 것은 아마 인정받질 못하는 내면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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