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29. 2022

국산기술개발 긍지---이순신의 위대함은 어디서 나오는가

국산기술개발 긍지---이순신의 위대함은 어디서 나오는가? 

2006년 두산중공업 기술연구원 Senior Advisor 김수형

 

우리 기술로  1000MW 규모의 초초임계압 석탄화력 발전소를 개발하는 막중한 사명을 가진 두산

중공업 관련자들에게 당부하는 기술고문의 호소문으로, 충무공 이순신의 입장이 되어 철저하게 

승리하는 전쟁을 하자는 글입니다. 윤종준 두산중공업 기술연구원장께서 기술고문인 내게 그냥 

Advisor가 아닌, ‘Senior’ Advisor라는, 과분한 영어 명칭을 주셨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지만, 내 

역량이 그 기대에 못 미친 점 송구스럽습니다.     


우리는 충무공의 조선 수군이다


“USC 1000MW 기술을 개발하는 두산중공업 사원 우리는 모두 조선 수군입니다” 


얼마 전 TV에서 종영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보면서 생각난 것을 적어봅니다. 

‘세계 4대 海戰의 승리자’라고, 해양국가인 일본과 영국의 명 제독들이 이순신 장군을 극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영국의 밸러드 제독이 “넬슨 제독에 비교할 만한 동양의 위대한 해군사령관”

이라 했고, 일본 제독 사토 데스타로도 “모함을 당하며 백의종군하면서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고통을 달게 받았다”고 이순신의 고매한 인격을 찬양했습니다. 

그 때 이순신 장군과 그의 수군이 아니었으면 나라는 일본에게 멸망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기가 막힙니다. 전선 13척으로 수백의 적함을 격침시킨 그 이면에 번뜩이는 교훈이 있는데, 그걸 좀 더 일찍 알아차렸어도 한일합방은 없었던 것이 아닌지…, 오늘날에는 그것을 제대로 알기나 하는지…. 

국부유출을 막아 나라의 힘을 축적하고, 중공업 두산의 기술력을 세계만방에 떨칠 명품을 만들어야 하는 우리들 엔지니어들은 배 13척만 가진 낙담하기 십상인 병졸이 아니라, 우리 엔지니어들에게 전폭적으로 힘을 쏟아주고 기술의 길을 안내해주는 先知者 경영리더들을 모시고 있으니, 아침 일찍부터 밤늦도록 일한다고 해도 그것은 행복한 고통이라는 생각됩니다. 

왜적의 침입을 당했던 당시 조선의 상황은, 오늘날 선진국들이 세상의 쌀-기름-무기를 독점하고 우리 발전분야의 핵심기술을 다 장악하고 있는 상황과 같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별 힘도 없는 변방 사령관에서 점차 3도 수군통제사가 된 것은, 우리가 남의 것을 복사 생산만 한다고 고객들로부터 핀잔을 받다가, 이제 스스로 자신의 기술을 가져야 한다는 깨달음을 가지면서부터 이 나라 ‘기술의 바다’를 지키는 수군 통제사가 된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들 엔지니어 모두는 조선 水軍입니다. 


적과 나를 제대로 아는 것은 최종병기를 명품으로 만드는 일

이순신 장군은 상대를 심층분석하고 나서, 결이 고운 삼나무로 만든 일본 전함과 조선 소나무 배의 차이점을 비교연구하니, 나무의 강도에서 일본 배는 충돌에 약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못으로 조립한 일본배와 조선의 짜맞추기 조선법을 비교하니, 일본 배는 충격에 틈이 벌어져 배에 물이 잘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교전이 벌어지면 들입다 몸체로 박아버리는 충돌작전을 썼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일반인의 생각을 뒤집는 사실인데, 일본 수군이 자랑하던 조총의 사정거리가 우리 전래의 무기인 화살보다 짧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접전 거리를 조정한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무척 큰 전과를 거둔 밑거름이 되었지요. 

또, 기민하고 정확한 첩보전 장면들이 이따금 나오는데, 敵情을 분석하여 후퇴를 하거나 선수를 치는 좋은 수단이었습니다. 

경쟁상대의 제품이 어디에 약점이 있는지, 아니 어디에 강점이 있는지, 작전상 취해야 할 ‘거리’는 얼마인지, 조류는 언제 그리고 얼마나 가장 빠른지, 시장 분석력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한지 먼저 그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그 때 만약 요즘의 도청장치나 휴대폰이 있었다면 얼마나 유용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마구 소름이 끼칩니다. 갑자기 웬 소름이냐구요? 몇 년 혹은 몇 십 년 후에 개발될 기막힌 기술을 만약 지금 우리가 만든다면, 그게 조선시대의 첩보 역할이 아닐까…. 

 그리고 나를 분석했습니다. 장군께서 군사들에게 피 터지는 혹독한 훈련을 시킨 것이 제일 중요한 힘이 되었습니다. 기본기인 훈련과 지식을 무시하고, 단지 불타고 물끓는 충정만으로는, 그리고 목청 큰 구호만으로는 전술도 씨가 먹히지 못하지요. 장기전에 대비해서 전쟁물자 비축에 게을리하지 않아 화포나 군량미를 충분히 비축한 장면을 보면 원활한 군수물자 보급이라는 또 하나의 기본에 충실했음을 알게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밤늦도록 연구에 몰두하는 것이 이순신의 훈련이요, 경영진의 기술에 대한 깊고 바른 배려가 바로 보급이군요.  장군은 또한 당시까지 조선에 개발되어 있던 옛 무기들의 성능을 잘 검토해서 사거리가 긴 대포를 개발한 것이나, 지금은 그 형체조차 분명하지 않아 아쉽기 짝이 없지만, 대단한 활약을 한 거북선 건조는 신무기 개발에 대한 장군의 의지와 노력과 결실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남이 갖지 못한 치명적 최종병기를 가져야 이긴다.


그 때 만약 미사일이 있었다면……어허! 이거 뭐 “낫살이나 먹어 가지고 헛소리한다” 할지 모르겠으니 그만 입 다물겠습니다. 하지만 두중이 선진국 기술시장에 삼성의 반도체처럼 팍 한 방 먹일 최종병기는 언제쯤 나올까? 여기에 학익진(鶴翼陣)이니 일자진(一字陣)이니 하는 전투 진형 개발과 대포알 재장전 시간 단축 등은 나를 심층분석하고 나의 강점을 잘 살린 예이지요. 


OIMBY 너른 품

고성능 신무기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님비 아닌 ‘OIMBY’ 즉 Okey In My Back Yard입니다. 

익숙한 지형지물과 급물살과 같은 자연조건을 잘 활용하여 “오냐 어서 들어와라”라는 듯, 물목을 지킨 것이 ‘명량 대첩’의 첩경이 되었으니, 어찌 나를 잘 몰라도 되는 일이던가요? 

우리 제품, 우리 아이디어, 우리 인력, 우리 지식이 선진국 것보다 무엇이 얼만큼 더 좋은지 아는 것…. 군말하면 거시기지요? 

 전체 수군들이 한마음으로 화합되기까지 마음고생도 많이 하고, 장군이 수많은 갈등을 어진 마음으로 아우름으로써 전쟁을 그르치지 않게 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지요. 

지휘권이나 지도력에 관한 많은 정부관료나 경쟁자의 반발을 이겨내기까지 확실한 원칙과 관용으로 마음은 쓰려도 추상 같은 처벌의 아픔을 겪기도 했고, 반성의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용서가 있었고, 경상도와 전라도의 남해지방 각 수군 장수들과 합의를 이루어 한 마음이 되기까지, 그리고 중국 지원군 수뇌의 말로 표현하기조차 분통이 터지는 수모를 신뢰로 바꿈하는 과정은, 참아야 할 것은 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그것이 23전 23승이라는 단 1패도 없는 전과로 나타났습니다. 

 오로지 구국 일념으로, ‘사심 없는’ 삶을 실천했습니다. 우국충정에 불탄 수군들의 목숨을 건 충성심은 헌신적인 장군의 일상에서 보고 배워 자연히 우러난 것이었습니다. 남도지방민들의 존경심과 단결이 바로 수군을 떠받치는 원동력이었습니다. 반상(班常)을 가리지 않고 능력을 중시하여 부하들을 적재적소에 특기대로 그 잠재력을 발휘케 해 준 혜안과 평등사상이 조선 선조임금의 쿠데타를 우려하는 오해마저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그토록 목숨바쳐 지키고자 하는 자유요 인권인 줄 당시로서는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왕이 우려할 정도의 군사력을 가졌으면 정권탈취도 가능했는데, 두 차례의 백의종군도, 초주검이 된 형벌도 묵묵히 받아들이며 나라를 방위하려 한 일편단심은 다들 싫어하는 이공계를 지키면서 오로지 기술입국 의지를 불태우는 우리 엔지니어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 그것과 같네요. 

상세한 海圖와 수많은 作戰書 작성, 난중일기 기록 등은 장군의 기록문화를 보여준 자랑스러운 업적입니다. 사심 없는 결단과 겸손하고 검소한 몸가짐은 주변을 움직여 다연발 불화살 신기전(神機箭)을 갖춘 권율장군과의 의기투합을 이루었고, 유성룡 같은 지인의 끝없는 신뢰와 지지를 지속시켰고, 그리고 평소 소신으로 삼았던 ‘죽으려 하면 산다’는 사실을 기어이 스스로 죽음으로 스스로를 살리는 것을 증명하셨습니다. 

전생에 무슨 원한이 그리도 깊었길래, 필사적으로 장군을 죽이고 말겠다던 와키자카 일본 장수의 후손들이 해마다 이순신 장군의 생일에는 우리나라를 찾아와 참배하는 것도 사심 없었던 장군이 만드신 업보(?)네요. 그 악명 높은 와키자카까지 자손들에게 장군을 존경하도록 만드시다니! 

오로지 기술연마에 매진하는 것이 나를 살려 나라를 살린다는 우리의 완고한 고집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우국충정이 가득한 조선 수군입니다.


*2022년 현재

두산중공업은 USC 1000MW 석탄화력발전소 설계-제작-시공-시운전까지 일관기술을 개발하고 성공하여 이를 건설하는 EPC 회사가 되어 이미 국내외 몇 곳에 건설하여 잘 운전되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 봄철 황사에 시달리던 한국은 어느 날 갑자기 ‘미세먼지’ 타령을 하는 가운데, 석탄화력 운전제한-추가 건설 제한-해외석탄화력건설 투자 금지까지 이르러, USC 1000MW 기술은 사장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래도 되는 것입니까? 아니, 이래도 되는 줄 아십니까?  

작가의 이전글 경영혁신---[꽁트] 西海電力株式會社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