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릉도원 김수형 Jan 01. 2023

모진 상사의 교훈---그리워요 무서웠던 선배님들

모진 상사의 교훈---그리워요 무서웠던 선배님들

 2020


누구는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했고, 누구는 “대통령 처음 하니…” 라고 말했다가, 야당이 와글

와글했다. 이 때의 ‘와’는 봄 논의 개구리와(蛙)자일 것이다. 누구나 처음 해 보는 상사 노릇. 서툰

사람도 있고, 잘 하는 사람도 있겠지. 체질적으로 무던한 사람도 있고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사람도 있다. 

남의 상사가 되면 조직을 살리기도 하고 망치기도 하니, 상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오늘 날 따끔하게 야단도 칠 줄 아는 상사가 그리운 이유는 무엇인가?


  속 좁은 상급자를 원망하기도

전에, “직장의 상급 관리자라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마음이 협소하냐, 자기 결재라인에는 눈물이 찔끔거리도록 혼을 내키면서, 한 발만 라인을 벗어나면 그렇게 ‘연한 배’가 없듯 살살 녹는 이유가 무엇이냐, 10분지 1만 좀 부하들에게 정을 나눠주시라” 등, 너그러운 마음으로 후배를 지도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글로 썼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입장을 바꿔서 그 분들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기로 한다.

 

최근에 직접 겪고 있는 일들로, 요즘 매우 뚜렷한 감각으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름아니라, 전에 은근히 원망했던 그분들이 부하들로 하여금 무척 많은 공부를 하게 만들어 지식을 습득하게 만들어 주셨다는 것, 그분들로 인해서 결재라인의 많은 부하들이 무척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그것과 유사한 상황을 요즘 목격하고 있다. 어느 부서의 어떤 부장이 무척 Aggressive하게 부하를 다루는데, 처음에는 그 사람이 좀 거부감이 있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잘못된 것도 없고, 오히려 잘 하는 점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안 하고서 상급자로서 부하에게 무슨 동기부여의 자극을 줄 것이며, 무슨 지식을 가르쳐 주겠는가!


내가 그렇게 했으니

왜 이렇게 내 마음이 변덕스러워졌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이기적인 생각인지 모르나, 내 자신이 예전에 그런 상관의 부류였다는 것을 깨닫다 보니, 나를 좀 합리화시키려는 요량으로 생각해낸 것이기도 하다. 나도 늙어버렸으니….

나는 영동화력에 근무할 때, 야근 때는 밤새기 강의를 한 적도 있다. 직원들에게 내가 아는 것은 무엇이든지 가르치려고 애를 썼다. 사실 그것은 부하가 잘 되기를 바라서 한 일이지만, 밤중에 피교육생이 된다는 것은 가혹한 일이었을 것이다. 

어디 그 뿐이랴? 이따금 그 사람 담당구역에 데리고 가서 “저 밸브는 이름이 뭐냐?”, “저 배관은 뭐냐?” 꼬치꼬치 물으면서, 모르면 면박을 주면서 공부하기를 강하게 요구했다. 

신입사원이 내게 배속되면 보일러 터빈의 ‘3D도면’을 그리면서 배관과 밸브 위치를 외우게 했다. 내가 그렇게 배우지 못한 것이 아쉬웠던 터라, 그래서 내 생각에 그렇게 훈련하는 것이 현장을 익히는데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만난 어떤 후배들은 그 때 그것이 평생 도움이 되었다고, 자신들도 후배를 훈련시킬 때 그렇게 한다고, 진심어린 감사를 나타냈다. 

그런데 그게 말씨를 좀 부드럽게 삼촌처럼 친절히 타이르며 가르쳐주었더라면 뒤에서 원성뿐 아니라 욕설까지 난무하지는 않았을 텐데!  

후회하고 반성한다.


  좋기 만한 상사?

하지만 강변해 본다. 이 세상에 흐물흐물 모두에게 다 좋은 사람이 이 사회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적어도 퇴직 후에 모든 후배들로부터 “참 좋은 사람이었어”라는 말을 듣는 비율과, "그 양반 싫다"는 사람 비율이 반반은 되어야 그래도 뭔가를 가르치고 깨닫게 한 것 아닐까? ---라고 자괴하면서. 그런 내가 나빴다는 생각도 가끔 하지만, 이런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마음도 하면서산다. 


모 회사에 ‘3대 악당’이라고 소문난 분들이 계셨다. 

그분들이 왜 악당인지, 직접 모시고 근무한 사람은 딱 한 분뿐이니 다른 분들은 잘 모른다. 

그분에게서 나도 섭섭한 일은 있었지만, 그게 공적인 문제였으니 섭섭하게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 분에게 배우기도 많이 배웠는데, 중요한 포인트는 그 분은 사심이나 인간성, 사적 욕심 또는 감정으로 일을 하지는 않으셨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그 분의 해박한 지식에 많은 것을 깨우쳤고, 사리판단을 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엔지니어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마음으로 그 분을 존경한다. 

그래서, 현역시절에 나도 사원들에게 좀 더 깊은 사랑을 주었어야 하는데… 라고 나를 반성도 하면서, 옛날의 무서웠던 그러나 존경했던 선배님을 그리워한다.


사심과 사적 감정 없이 회사를 위해 일하는가?

호통을 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상사가 되어야 한다.


*2022년 현재

몇 년 전, 서울 강남의 어느 주택가를 지나다가 그 선배님을 우연히 두어 차례 뵈었다. 건강이 안 좋아서 큰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셨고, “피가 탁하게 되는 것은 먹지 말라”고 당부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 때 선배님은 나와 함께 근무했던 일은 기억을 하지 못하셨다. 이제는 안 아픈 곳으로 가 계신다.

작가의 이전글 끈끈한 선후배 관계---회사 선배님은 스승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