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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Jan 01. 2023

상사를 보는 부하---우리는 망하고 있었네

상사를 보는 부하---우리는 망하고 있었네

2015. 10.5


상사로서 사람 좋은 것은 좋은 일이지만, 각급 조직의 책임자로서는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이끌

고 헌신하고 활성화시켜야 한다. 그 어떤 스펙 좋고 탁월하다는 사람도, 한 3년 조직을 이끌고서

도 회사 수준이 발전하지 못했다면, 결국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모두 망하

고 있었던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니었다

일을 하면서 그냥 저냥 하는 것은 그 당시는 편할지 모른다. 

항상 공짜를 대접받으면 그 당시는 좋을지 모른다. 

언제나 높은 예우만 받으며 살면 그 당시는 좋을지 모른다. 

한 마디 부탁으로 일을 성사시키는 끗발이 있으면, 그 당시는 좋을지 모른다. 

주위가 훤한 것 같은 후광을 받으면 그 당시는 좋을지 모른다. 

항상 마음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 당시는 좋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게 오래가면 일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실력이 없어진다. 

그게 오래가면 맨날 남에게서 받는 것만 생각하고 남에게 해줄 줄을 몰라진다. 

그게 오래가면 혼자 되었을 때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진다. 

그게 오래가면 눈이 어두워 앞을 분간하기 어렵게 된다. 

그게 오래가면 거느리는 조직의 힘이 약화된다.

그게 오래가서 자기 혼자만 실력이 없어지면 괜찮은데 남까지 농땡이를 만들어 버린다. 

그게 오래가서 혼자만 인정머리가 없는 게 아니라 자식이나 주위까지도 이기적으로 만든다. 

그게 오래가서 혼자만 욕먹으면 괜찮은데 아래 사람들까지 모든 것을 권력으로 해결하려 든다. 

그게 오래가서 혼자만 당달봉사가 되면 괜찮은데 추종자를 모두 봉사나 건달로 만든다. 

그게 오래가면 마침내 거느리던 조직은 없어지게 된다.


한전 후배 ‘박건복’ 씨의 글

난 이런 상사가 좋더라! 동물의 경우 식욕과 생리욕이란 단순한 논리로 행동이 설명되지만, 사람의 경우는 종잡을 수 없을 때가 간혹 있다. 어떤 때는 더없이 따뜻하고 부드럽지만, 어떤 때는 일순에 표변하여 일그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또 꼼꼼하고 완벽한 성격을 가진 사람도 때로는 걷잡을 수 없이 실수를 범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중간적인 존재”라는 명언이 있는가 보다. 이와 같이 인간의 근본을 알기도 어려운 상태에서 내 하루의 대부분 시간과 인생의 성장기와 성숙기를 한 직장이라는 집단 속에서 보낸 것은 소중한 의미가 있으며, 이 순간 고마웠던 분들, 훌륭했던 분들의 얼굴이 무수히 떠오르지만, 그 중 닮아가고 싶은 옛 상사를 통해 나 자신을 돌이켜보고자 한다.


우리가 좋은 상사, 좋은 부하의 형태에 대해선 시중의 책 속에 널리 쓰여 있어 굳이 이런 부하, 이런 상사를 설명할 필요가 없겠으나, 흔히들 좋은 상사라 함은 이해심이 많은 분, 잘못했을 때 쉽게 넘어가는 분 등 부드러운 면 만을 강조하여 온 것이 대부분이며, 또한 그러한 성인과도 같은 분이 직장에 많을수록 분위기 좋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유연함을 지닌 사람일수록 강한 부하 육성책이나 조직을 강직하게 이끌어 나가는 개혁성이 부족하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회사의 발전이나 조직의 성장을 위해선 강력한 지도자, 푸시 업 하는 상사의 덕목이 필연적이라 하겠다.


한전 직장생활에서 세 번 만나 근무하면 퇴직한다고, 신입시절 초기부터 들어왔지만, 나는 K님을 두 번씩이나 같은 부서에서 만났으니 오죽 그의 영향을 많이도 받았을까!

그분은 참으로 일 벌레이며 지독하다. 그나마 회사 일 벌레만이 아니었다. 근무시간에 신문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툭하면 집에서 회사일 펴 놓는다(순전히 빵점짜리 가장이었음).

그리고 우리에겐 일보따리가 계속 생겨나고, 요런 것 만들어내라는 기똥찬 주문사항이 미처 전번 주문한 일이 끝나기도 전에 생겨나니, 꼭 일부러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아이디어 뱅크 같았다. 

자료정리와 기록에 대하여는 지금도 그분을 넘겨다보다 볼 사림이 없을 성싶다. 

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취미생활은 또한 어떻고…….

 

우린 피곤했다. 실제로 힘이 들었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아무리 많고 어려운 일도 쉽게 후다닥 해치워졌으며 그 일의 성과도 좋았고, 그런 분위기에 젖다 보니 그게 평상의 습관이 되어버렸고, 그런 성취감에 만족감을 맛보았다. 아무튼 해치운 많은 일만큼이나 내가 배운 셈이 되었다. 

한번은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상황이 있었는데, 모든 간부들이 모인 회의석상에서 “내 이야기에 기분 나빠 하지 마라. 잘못을 짚어주겠다. A는 너무 목소리가 작아 일에 자신 없어 보이며, 얼굴에 긴장이 있으니 밝게 펴고 다닐 것이며, B는.........." 하며 일일이 돌아가며 지적해 주셨다. 

맞다. 그리고 고마웠다. 나는 내 자신을 잘 모른다. 그것을 누군가가 깨우쳐줘야 한다. 남을 지적하는 일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닌데 가르쳐주고 짚어주는 사람이 옆에 있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모름지기 상사라 함은 부족한 곳을 긁어주고, 방향과 목표를 정확히 찍어주며, 인기 없는 꾸지람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나무의 잔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거목이 될 수 없듯이, 오류를 보고 내 점수만 깎인다고 충고에 인색하거나, 지체를 하거나, 동료 특히 상사로부터 지적을 받을 것을 걱정스러워하는 목소리에 부담을 느낀다면 그는 발전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직장 상사는 경험과 지식을 후배에게 전수할 의무가 있으며, 또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고마운 마음으로 새긴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인간중심의 경영’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상사가 되기보다 훌륭한 상사가 되라”는 그 일 벌레 상사님의 따가운 목소리가 오늘따라 정답게 들리며, 짧은 경험을 가진 내가 상당히 주제넘는 이야기를 한 것이 되어 버렸는데, 가식 없는 솔직한 마음으로 표현했으니 언짢은 부분은 이해하여 주시기를 바라며, 인간은 부단히 배우는 유일한 존재라고, 그래서 개선과 발전의 측면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내가 은퇴하여 이 사람과 헤어진 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그에게서 이 글을 받았다. 나에 대해 이런 마음을 글로 표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영광이다. 상사분들에게 눈치없이 군 것도 많고, 하급자들에게도 일만 잔뜩 시켜 먹던 내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직장인은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조직이 망하지 않게 하고, 적어도 부장급 이상 직책을 가졌다면 조직이 번창하게 만들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글을 받아 즐거운 것은 잠시. 나는 또 더 잘하기 위해 긴장상태에 들어갔다. 나는 이게 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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