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독후감은 책에서 얻은 것을 적는 것이지마는, 사실 읽을 때는 감동 먹는데 내용은 잘 잊어버린다.
회사에서 나눠준 좋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는데, 한 가지 만이라도 잊어버리지 말고 꼭 기억하
자고, 가장 가슴에 와 닿는 글귀를 하나만 강조해서 독후감을 써봤다.
독후감. 이나모리 가즈오의 저서 『一心一言』을 읽고 SK건설 발전부문 기술고문 김수형
가장 와 닿는 한 마디
이 책 ‘일심 일언’을 ‘우리 모두의 마음을 한 데 모아 한 말씀만이라도 제대로 새겨 듣자’로 풀이하면 좀 어색한가?
한 사람의 일생의 경험과 지식이 담긴 책에서, 그것도 평생 대단한 업적을 이루신 분의 인생이 담긴 책에서,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어찌 책 안에 든 수많은 명언들을 다 어떻게 소화할 수 있으랴. 그 중에서 단 한 말씀만이라도 제대로 새겨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존경받는 장사꾼은 자신보다 손님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
이 각박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회사가 과연 있을까? 그런 의문부터 가지게 하는 말씀 아닌가? 그런데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너무 도식적이고 한가한 소리라 핀잔을 줄 수도 있겠지만, 그의 말이기에 그 말에서 ‘확실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바로 그 말이 우리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해 줄 방책이 될 것이라는 신념이 들어서, 이 말 한마디만이라도 마음을 모아 깊이 새겨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믿지 않으려 해도, 세상에는 장사하면서 상대방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고, 그런 사람이 경영하는 회사가 또한 분명히 존재하고, 그 회사는 계속 번성하고 있다. 그 사람이 바로
이나모리 가즈오씨이고, 그 회사가 바로 고객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회사다.
장본인이 그렇다고 주장하는데도, 안 믿으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앞서는 것은 무엇인가?
그만큼 이 세상 세태는 그와는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가 정말로 경영의 신인지 아닌지, 마치 무슨 시험을 치르듯, 일본항공사태에서 직접 증명해 보여주었으니, 그의 말을 안 믿을 방법이 없거늘, 그래도 사람들은 정말로 고객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가 지극히 이론적인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정말로 그 말에 진정성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의 말은 어쩌면 오늘날 우리나라 회사들이 처한 상황을 빤히 내려다보면서 한 말같이 들린다. 그 말은, 이유야 어쨌건 지금 어려운 상황에 있는 우리나라 회사들이 꼭 새겨들어야만 할 명언일 뿐 아니라, 앞으로 난관이 극복되고 난 다음에도, 마음에 꼭 새겨야 할 말이라 생각한다.
외우기만 하면 뭘하나? ‘반드시 실천해야 할’ 말이다.
구호성 고객만족
일반적으로 우리는 ‘고객만족’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많이 듣는다. 그리고 ‘고객은 왕’이라 하면서 고객을 많이 공경하는 마음을 갖고, ‘고객은 스승’이라면서 고객으로부터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단초를 찾아낸다고 말한다. 만약 우리가 지금까지 이런 일들을 진정한 마음으로 실제행동에 옮겨왔더라면 이나모리씨의 말은 아무런 의구심도 그리고 어떤 무게감도 없었을 지 모른다. 그러나 ‘고객은 왕’이나 ‘고객은 스승’이라는 말, ‘심지어 국민을 섬긴다’는 말까지, 대부분 구호로 사용되어왔고, 그런 구호성조차도 사용하지 않는 회사들도 많이 있어 문제다.
매출이나 이익 때문에 몸과 마음을 떨어야 하는 우리들 회사원은 고객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고 있는데, 그의 말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힘든 고비를 넘어야 하는 기업들이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수주를 잘 하고, 어떻게 하면 설계와 시공을 잘 할 수 있는가 이겠지만, 그 모든 것은 고객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업무체제로 바꾸지 않으면 답이 나오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가장 비용을 적게 들이는 私企業적인 마인드’로 ‘가장 높은 이익을 거두려는 정신’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이익을 드릴 수 있는 그만한 지식도-그만한 준비도-그만한 투자도-그만한 노력도-그만한 실행도 없는 회사는 이 정신을 가져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지식도 없으면서-제대로 된 준비도 하지 않고-제대로 된 투자도 하지 않고-제대로 된 노력도 하지 않고-제대로 된 실행도 하지 않는 회사가 이 정신을 갖는다면, 고객의 이익을 먼저 챙겨드리는 일을 할 수가 없다.
고객만족을 좀 더 구체적인 말로 바꾸면 ‘고객가치실현’이 된다. 오늘의 삼성전자 제품은 제 값을 다 받으면서도 고객들로부터 갖고 싶은 마음을 갖게 만든다. 고객이 그 상품을 통해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고 행복감이 들기 때문에, 고객은 자신의 원하는 바를 얻고, 그 상품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삼성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 어떤 험난한 역정을 걸었는지 안다면, 발전소 건설도 고객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각오를 해야 할 것 같다. 신뢰성 높은 플랜트를 만들어 고객이 이익을 얻고 행복한 마음을 가지게 하려면, 요구되는 지식과, 요구되는 준비와, 요구되는 투자와, 요구되는 노력과, 요구되는 실행을 강력하게 추진해
야 한다.
이 참에 생각을 좀 해 본다. 과거에도 현재도 부분적으로 수행하고는 있지만, 발전플랜트에서 토목공사나 기전공사와 같은 단종공사를 하는 것은 그 공사만 마치면 건설회사의 임무는 대체로 끝이었다. 그것으로 고객을 만족시키고 이익도 가져다 드렸다. 그러나 발전 플랜트 EPC를 시작하
면서부터, COD 후에도 하자보증기간까지 일어나는 모든 플랜트의 사건들을 다 책임지게 되었다.
그 말은 토목이나 기전 외에도 전에는 몰라도 되었던 수많은 전문지식과 인재가 무척 많이 필요해졌고, 단종(單種)공사 때의 책임과는 비교할 바 아니게 책임범위가 커졌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EPC능력을 궤도에 올리는 시간과 역량을 높이는 투자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 수행이 매우 어렵다. 너무 성급하거나 숙성되지 않은 상태로는 고객에게 이익을 가져다 드리기 쉽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다.
발전소 교육은 왜 병행하지 않나?
C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발전플랜트 IPP를 하자니, 이것은 EPC를 딛고 일어서서 가외로 훨씬 더 많은 건설투자비가 필요해진다. 약 2년 동안만 하자보증을 하면 되는 것이 EPC이었지만, IPP는 발전소 Lifetime 중도에 누구에게 매각하기 전에는 발전소 평생을 우리가 주인이기 때문에, 건설할 때 많은 돈을 들이지 않으면 운전비와 유지보수비 손실은 그에 비례해서 커진다.
이래서는 고객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데, 그런데 이 때의 고객은 다름아닌 우리 자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신경을 써야 할 일이 아닌가?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회사에서는 PMT, CMT 특별교육이 시작되려 한다. 발전플랜트 시공을 잘하기 위한 더없이 좋은 교육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토요일에 쉬지 않고 공부하는 자기희생 없이 고객에게 이익을 드릴 무엇을 가질 수 있겠는지, 그런 의미에서 이 교육은 참 잘하는 일이다.
그런데 그와 마찬가지 이치로, 발전소를 여하히 잘 이해하여, 어떤 기능을 먼저 보강하고 보증까지 해주어야 하는지, 그런 교육도 ‘좀 심하게’ 실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 모두가 고객이익을 보장함으로써 우리 이익도 보장받으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건설전문회사의 전문기술인 PM교육에 적극 나서는 것을 환영하면서, 전문지식이 부족한 발전소 교육에는 정성을 쏟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치 학생이, 성적이 잘 나오는 영어공부에 더 시간을 내는 것보다는, 성적이 좀 잘 안 나오는 과학에 시간을 더 할애해야 하는 것 아닌가? 혹 이 분야는 잘 몰라서 교육을 시키지 못한다면, 잘 아는 사람들을 소개해줄 수 있는데…
“존경받는 장사꾼은 자신보다 손님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
一心, 우리 모두 마음을 하나로 모아, 一言, 이 말 한 마디만이라도 새겨듣고 실천하자.
*2022년 8월 25일 SK 최태원 회장
“이제는 영업이익 같은 재무적 수치로 기업가치가 좌우되는 시대는 지났다.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이해관계자와의 신뢰와 이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를 키워 나가야 한다. 단순히 영업이익만으로는 글로벌 Top-tier기업과 SK 멤버사 사이의 기업가치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 기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오는지 여부가 기업가치를 결정한다. 기업을 믿고 지지하는 고객이나 이해관계자 네트워크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면 어떤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확장이 가능하여, 외부와 많은 관계를 맺는 기업이 더 많은 행복을 만들 가능성도 크다”.
*2022.8.24
일본의 살아있는 경영의 신(神)’으로 불리는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稲盛和夫·90) 명예회장이 노환으로 교토시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이 분은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의 사위이기도 하다. 1958년 우장춘 박사의 넷째 딸인 아사코씨와 결혼해 딸 셋을 뒀다(조선일보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