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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Apr 01. 2023

첫사랑 그 순간

첫사랑 그 순간
2023.4.1 


지금은 세상이 다 제 것인 양 흐드러진 목련의 시간이다.
가는 나무가지마다, 매섭던 한파 이기고 저 곱디 고운 꽃을 어떻게 가져다 주는지 

대자연의 위대한 조화에 놀랄 뿐이다.

순결하기 그지없는 백목련이 천지를 그윽한 우유빛으로 비추는가 하면,
꽃닢의 안팎이 농도가 다른 자주색인 자목련은 어느 고귀한 귀부인의 품격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아

괜시리 내가 다 옷깃을 여미게 한다.

오래 전 어느 해.  
처음으로 가 본 태안 천리포 수목원에는 수십 종류의 목련이 피어있었지만, 

보는 순간 눈에 확 들어왔던 것은 백목련도 아니고, 자목련도 아닌, 앞 뒤 모두 온통 빨간 목련이었다.

화들짝 놀라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시상으로 짧은 시를 다듬어 썼다.

나는 저 목련의 이름을 '적(赤)목련'이라 부르면서
단지 짧은 두 줄 시로써 내 생애 처음으로 겪어 경이롭고 환희에 가득찼던, 
그리고 서툴지만 애정에 벅찼던 그 때 그 첫사랑의 순간을 떠올려 나타내보았다.

세상 사람 누구나 다 가지는 첫사랑.

그 고결함을 이리 짧게 표현해도 될른지 모르지만,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을 赤목련을 만나던 그 순간에  담았다.                                                                    


**이 꽃의 학명은 벌컨 (Mognolia Vulcan)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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