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가 없으면 일은 끝나지 않는다 시작도 없다
“어쩌면 우리는 / 마침표 하나 찍기 위해 / 사는지 모른다 / 삶이 온갖 잔가지를 뻗어 / 돌아갈 곳마저 배신했을 때 /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건 / 작은 마침표 하나다 / 그렇지, 마침표 하나면 되는데 / 지금까지 무얼 바라고 주저앉고 / 또 울었을까 (----) ”
< 마침표 하나 / 황규관 >
서울 사는 친지 한 분이 추석 성묘를 앞당기자며 오셨다. 더운 날씨에 산소가 있는 산길을 오르내렸다. 선조를 추억하며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지금 살고 있는 하루하루가 ‘작은 마침표’라면 죽음은 ‘큰 마침표’이다. 오늘 하루 마침표를 찍기 위해 일기장을 펼친다. 마땅한 마침표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경우엔 지난 일기장을 뒤적여 본다. 컨닝을 하는 셈이다. 지난해 8월 28일은 무얼로 마침표를 찍었나?
틱낫한 스님의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바쁜 마음과 바쁜 걸음 탓에 우리는 삶의 순간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할 때가 있다. 왜 무덤으로 가는 길을 서두르는가? 지금 이 순간에 숨 쉬고 있는 삶을 향해 걸음을 옮겨라. 삶 자체가 경이로운 현실이다.” ‘걷기명상의 성자’ 틱낫한 스님은 명상하며 숨쉬기 하나하나 걸음 하나하나를 서두르지 말라고 가르치신다.
생명은 태어난 날이 시작이라면 죽는 날이 마침표이다. 우리는 큰 마침표를 만들기 위해 작은 마침표를 열심히 찍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 어떤 일이든 마침표는 있어야 한다. 마침표가 없으면 일은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시작도 없다.
“마침표는 씨알을 닮았다 / 하필이면 네모도 세모도 아니고 둥그런 씨알 모양이란 말이냐 / 마침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 뜻이다 / (---) / 또 하나의 시작이라는 거다 < 마침표에 대하여 / 복효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