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기 삶에 그런 '당신'을 가지고 있다
“당신이 마냥 사랑해 주시니 기쁘기만 했습니다 내가 언제 이런 사랑을 받으리라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당신 일만 생각했습니다 노을빛에 타오르는 나무처럼 그렇게 있었습니다 ----”
< 노을 / 이성복 >
처음에는 그냥 사랑 시 인줄 알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시,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성복 시인은 시론 <집으로 가는길>에서 “요즈음 나는 ‘당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세계 앞에 서 있다. (--) ‘당신’은 내가 찾아 헤매던 숨은 그림이고 나의 삶은 ‘당신’이라는 집으로 가는 길이다.”라고 얘기했다.
시인이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생각하는 당신’은 내가 살고 있는 ‘세계’, 내가 가고 있는 ‘집’, 내가 찾아 헤매는 ‘숨은 그림’의 다른 이름이었다. 우리도 누구나 자기 삶에 그런 ‘당신’을 가지고 있다. 살아가면서 ‘당신’이라는 삶의 의미가 없을 수 없으니까. 다만 그것이 ‘꿈’, ‘명예’, ‘성공’ 등등, 자기가 찾는 다른 이름으로 다가올 뿐이다.
작가 한강은 <소년이 온다>에서 ‘광주의 다른 이름’을 얘기한다.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 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소년이 온다 207쪽)”.
나의 '당신' 이름은 무엇인가? 맨발로 흙길을 걸으며 <노을>을 암송한다. “(---) 해가 져도 나의 사랑은 저물지 않고 나로 하여 언덕은 불붙었습니다 (---) <노을 / 이성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