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동 김종남 Dec 05. 2024

그림 속 영혼을 만났는가?

'묵우'가 그림속으로 세상을 끌어들인다

한 사람의 영혼을 갈라서 

 안을 보여준다면 이런 것이겠지

 그래서 

 피 냄새가 나는 것이다 (---)  ” 

         마크 로스코와 나 2 / 한 강 >

      

육체는 영혼을 얻어야 생명체가 된다. ‘육체에 깃들어 마음의 작용을 맡고 생명을 부여한다고 여겨지는 비물질적 실체’, 국어사전이 풀이한 ‘영혼(靈魂)’이다. 그런데, 비물질인 영혼이 피를 흘릴 수 있을까. 시인 한 강은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의 그림에서 ‘영혼의 피 냄새’를 맡았다. 로스코가 1970년 자살 직전에 그렸던 ‘무제(레드)’는 ‘피로 그린 그림’이라고도 불린다.  

     

그림에는 영혼이 숨쉰다. 7년 전, 아산 조방원 전시(2017.5.23.~ 8.15.)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렸다. ‘먹 산수의 대가’ 아산 조방원(1926~2014)이 1998년 그린 ‘묵우(墨雨)’는 45도 각도로 퍼붓는 검은 빗줄기가 화면 전체(39.8x57.6cm)를 뒤덮었다. 낚싯대를 거둔 다섯 하동(河童)이 검은 빗 다발 사이를 헤치며 나온다. 전시를 보고 나오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묵우’가 그림 속으로 세상을 끌어들인 것 같았다.      


“ 그는 1903년 9월25일에 태어나 / 1970년 2월25일에 죽었고 / 나는 1970년 11월27일에 태어나 / 아직 살아있다 / 그의 죽음과 내 출생 사이에 그어진 / 9개월여의 시간을 / 다만 / 가끔 생각한다 (---)  <마크 로스코와 나 ㅡ 2월의 죽음 / 한 강 >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