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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동 김종남 Jan 01. 2023

오늘 하루 '어떤 결심'입니까?

욕심을 하루치씩만큼 가질 수 있나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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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어진 하루 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 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  

                                 < 어떤 결심  /   이해인 >





 “ 내게 주어진 하루 만이 /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 저 만치서 행복이 / 웃으며 걸어왔다.”  지난해 일기장 시작 부분이다.  이해인 수녀의 시, <어떤 결심> 마지막 연이 적혀있다. 이제 1년이 지났다. 지난 365일 중 ‘주어진 하루를 전 생애로 생각’하며 산 날이 몇 날이나 될까? 


오늘 일기장을 연다. '하루 만이 전 생애'라면 모든 날이 첫날이자 마지막 날이다.  오늘이 바로 생일이자 임종일이다. 오늘은 이해인 수녀의 <어떤 결심> 첫 구절을 써본다.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 몸이 많이 아플때 /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마음이 아플 때 나는 일기장을 뒤적인다. 열댓권이 넘는다. 나만 읽을 수 있는 비결서이자 소설이다. 옛일기는 옛 하루하루를 추억으로 살려낸다. 어떤 추억은 전혀 기억에 남아있지 않아 마치 남의 인생 이야기처럼 재미있게 들리기도 한다,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 본다. 이제 있는 추억만 가지고도 충분한 나이, 추억을 더 만들려고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될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옛 새해에 나는 어떤 결심을 일기장에 기록했을까? 2021년 1월 1일 첫줄, ‘인생은 질문이다’로 시작한다. 2017년은 ‘썩지 않도록 매일매일 모과처럼 나를 닦자’, 2016년 새해는 ‘필즉도생 (筆則道生 ; 글로 쓰면 길이 생긴다)’, 2015년엔 ‘수처작주(隨處作主: 가는 곳마다 그곳의 주인이 돼라)’라는 나의 좌우명이 씌어있다.  


돌이켜 보니 모두 선문답같은 결심이다. 구체적인 실천이나 결과를 얻지 못했더라도 속이 편하다. 지금까지 쌓아놓은 결심을 돌이켜 보며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외우듯 외워본다. 올해 첫 줄은 ‘꼭 하루씩만 살기, 꼭 한순간씩만 살기’라고 써본다. 지난해 복습이다. '하루씩만 살기'를 하자는데 365일 목표가 있을 수 있나. 밥 먹을 때 두 끼 세끼를 한 끼에 몰아 먹을 수 없듯 삶도 하루에 이틀 사흘을 몰아 살 수 없다. 하루씩만 살 수 있다면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 두려움도 없다.  


그러나 하루씩만 사는 일은 내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다. 세상에 태어남부터 벌써 내 뜻은 아니다. 마지막 일인 죽음도 내 뜻대로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우연의 법칙에 따라 우연히 인생 열차에 올라탄 우리는 언제 어느 역에서 갑자기 내리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어느 날 어느 역에서 갑자기 밀려 내려도 덤덤할 만큼 내 욕심을 하루치씩만큼 가질 수 있나!  “이렇게 서둘러 달려갈 일이 무언가 / --- / 날아가듯 달려가 내가 할 일이 무언가 / ---/ --- / 이르지 못한들 어떠랴 이르고자 한 곳에 / 풀씨들 날아가다 떨어져 몸을 묻은 / 산은 파랗고 강물은 저리 반짝이는데  < 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 / 신경림>”     2023.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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