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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간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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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문 Sep 14. 2023

등산의 목적

등산을 했다. 실내에서 피트니스만 하니 지루하고 맑은 가을 날씨에 밖에서 운동을 하면 좋겠다 싶었다.


북한산 백운봉이 가장 높다하여 은평구쪽 북한산 국립공원을 통해 등반을 했다. 첫 걸음이 기운이 넘쳤다. 피트니스의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머지 1.5km구간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체가 4.5km였는데 3km를 간 시간만큼 나머지 구간을 쉬다 걷다를 몇 번 반복하며 올라간 것 같다. 


힘들긴 해도 정상에 올라가니 사방이 탁 트이고 기분이 좋았다. 피트니스보다 다리 운동도 더 되는 것 같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등산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20분 쉬다 내려왔다. 올라갈 때와 달리 내려갈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내국인 반, 외국인 반인 것 같았다. 우리나라 외국인 관광객이 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북한산을 찾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관광 가이드북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소개되어 있나 싶었다.


아프고보니 올라가는 사연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많겠구나 싶다. 입을 다물고 무표정하게 악착같이 혼자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면 현실의 고통을 악물고 올라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혹은 몸이 고통스러운 사람에게 산은 건강을 위한 병원이고 극복을 위한 정신 수련 센터이다. 수 많은 사연들이 정상을 향하고 어떤 사연은 그곳에 남겨지고, 어떤 사연은 하늘에 닿고 어떤 사연은 다시 내려오는 것 같다. 오늘 내 마음의 사연은  다행히 산에 놓고 오는 것 같다. 마음이 가볍고 행복했다.


마음이 가볍고 행복하니 내려올 때 많은 이들에게 먼저 눈 인사와 간단한 인사를 했다. 가볍지만 인사는 즐거운 일이다. 내려오다 세 번인가 마주친 외국인 친구 둘이 있어 쉼터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뉴질랜드에서 2주 일본, 2주 한국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뉴질랜드 산은 작기만 한데 한국 산이 높고 너무 아름답다고 칭찬을 한다. 나는 반지의 제왕에서만 봤지만 뉴질랜드가 너무 아름답고 꼭 가보고 싶은 곳이라 응하여 이야기했다. 


가진 것은 당연하고 가지지 못한 것을 동경하는 마음은 어느 나라나 비슷한 것 같았다.


내려오면서 몇 달전 우즈벡에서 받았던 현지인들이 친절이 떠올랐다. 나도 그 친절을 이 친구들에게 넘겨주어야지 생각했다. 북한산 입구의 맛있는 꽈배기집에서 꽈배기를 사 봉투 채 들려주었다. 돈을 내려고 하기에 korea style friendship이라고 짧게 웃으며 이야기하고 얼른 전해주었다. 3호선 전철역을 간다고 하기에 구파발역까지 동행해주고 해어졌다. 연신 고맙다고 하는 것을 웃으며 다른 여행객에게 친절을 전해주라고 하고 헤어졌다.


아프니 눈치와 염치가 좀 없어지는 것 같은데 오늘 같은 날은 기분좋은 눈치 없음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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