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에 한 발짝 뒤떨어져 있는 공직사회 특성상 우리 회사에서는 지금도 ‘요즘 MZ들은’이 한창 쓰인다. 나는 거기서 요즘 MZ를 맡고 있는 90년대생 직원으로, 올해로 7년 차다. 같은 회사를 7년째 다니고 있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기업에서는 꽤 다녔다고 하겠지만 공무원 세계에서는 다르다. 최소 20년에서 최대 30년 이상 공무원을 해온 요즘의 팀과장급에게 7년 차는 아직도 신입 같은 연차이리라. 나도 내가 신입 같다. 그도 그럴 것이 7년 차라고 해봤자 수많은 구청 업무 중에서 기껏해야 열몇 개의 업무를 맡아본 것이 다이다. 그것도 순환보직이라 거대한 조직이 흘러온 오랜 세월에 비하면 잠시잠깐 맡은 것들 뿐이다.
요즘 MZ 공무원들은 공무원이 하기 싫다고 한다. 지방직 공무원 특성상 같은 지역에 소속되어 늘 고만고만한 곳에서 근무해 왔는데, 실제로 그동안 알고 지내던 직원들이 꽤 많이 퇴사를 결정했다. 라떼는 공단기가 노량진을 휩쓸었건만, 지금의 노량진에는 공시생보다 다른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단다. 아! 공무원 그만두는 사람들, 무슨 마음인지 너무너무 알 것 같은데! 흔히 뉴스에 나오는 ‘민원이 죽을 만큼 힘들어요’라든지, '경직되고 수직적인 조직 분위기에 적응이 안 돼요'라든지, ‘월급이 너무너무 적어요’ 같은 것을 나는 오늘도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별로 놀랍지도 않겠지만, 당신이 어디선가 대충이나마 들었던 공무원 사회의 이야기는 대부분 실제로 그런 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는 왜 퇴사하지 않을까? 나로 말할 것 같으면 7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의 재간인지, 인사팀의 뜻인지 아직도 부서에서 막내라인을 벗어나지 못한, 요즘 MZ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MZ인데 말이다. 오늘도 깜찍한 월급을 받으며, 오직 공무원 괴롭히기에 목적이 있는 것만 같은 요상한 민원에 시달리고, 적응이 될 법도 하건만 좀처럼 되지 않는 수직적인 분위기의 조직에서 하루를 살아내면서도 내가 퇴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나아가 아직까지는 그래도 화려한 정년퇴직을 꿈꾸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혹시나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퇴사를 고민하다 한 번쯤은 더 버텨보기로 결심하는 젊은 공무원들에게 한 순간 정도는 공감이 되기를, 그리고 요즘 애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나 궁금하신 어르신들께도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이 이야기는 나의 생각과 경험에 기반한 것이며 나라는 사람의 특성에 국한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감안해서 읽어주시면 좋겠다.
어떻게 이 조직에서 30년을 다니셨나요
"어떻게 이 조직에서 30년을 다니셨나요?"
입사했을 때 30명 남짓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90년대생은 나뿐이었다. 80년대와 70년대생을 통틀어 5명 정도 있었고, 나머지는 전부 60년대생들이었다. 직원의 대부분이 부모님과 같은 세대였다. 입사하고 담당 부서장과 처음 있던 회식 자리에서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저 사람은 어떻게 이 조직에서 몇십 년을 다닐 수 있었을까였다. 부서장뿐만 아니라 나머지 직원들에게도 어떤 대단한 버티기 노하우가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 질문은 최근까지도 나의 궁금한 점 중 하나였는데, 여러 선배들에게 모두 물어보아도 그들의 대답은 늘 같았다.
“글쎄? 그냥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왔어.”
처음 답을 들었을 때, 대단한 버티기 노하우가 아닌 것에 매우 실망했었지만, 이제는 저들이 말했던 ‘어쩌다 보니’에 많은 것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 것 같다. 만약 지금의 나에게 누군가 어떻게 지금까지 다니고 있냐고 묻는다면, 나도 우선은 어쩌다 보니 7년 차가 되었다고 답할 것 같으니 말이다. 물론 그냥저냥 평온한 업무들과 함께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쌓여온 것은 아니다. 늘 크고 작은 일들이 있고,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겨서 3일 밤낮을 끙끙 앓는 날들도 있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내가 근무하고 있는 부서에도 다양한 문제들이 있고, 다양한 민원이 실시간으로 '터지고' 있다. 앞으로 다른 부서에 가면 더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하고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내 마음도 토닥일 수 있는 나 자신이 있다. 나의 ‘어쩌다 보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