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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전상인 May 04. 2024

대학원까지 나와서 왜 전집하냐고 모두가 물었습니다

전집에서 일한지 벌써 5년이 다 되어갑니다.


대학원까지 학교만 10 년 다니고,


회사에서 디자인과 연구직을 하다가,


어머니를 도와 전집을 할때,


다들 왜 시장에서 전집을 하냐고 했습니다.


대학원 다닌게 아깝지 않냐고,

논문도 쓰고 회사일 하면서 쌓은 경력도 아깝지 않냐고,


타박하듯 물어보는 지인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하다보니 시작했지,

해야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막연히 회사는 다니기 싫고,

돈은 벌어야겠고,


부모님 일을 보조하던 일이 지금까지 이어질 줄 정말 몰랐습니다.


-


요새는 왜 전집, 장사를 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사실 여러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도 있고,


5년간 하다보니, 아 저렇게 살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요즘 참 불황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나날을 보내고,


온통 뉴스에 폐업관련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는걸 보니,


문득, 왜 전집을 할까? 왜 음식점을 하고 있을까?

라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다시 들었습니다.


주말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매일같이 매출걱정에,


그냥 직장을 다녔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는 날이 잦아집니다.


-


근데 돌이켜 보면 회사를 다닐때도 고민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함


내 자신에 대한 불안감


친구들과 비교하며 느끼는 초조함 등


여러가지 감정들이 산재하며, 옭죄는 건 지금이나 그때나 진배 다를게 없었습니다.


그리고 불안해 할게 아니라 공부하고, 실천하고, 나아가야 되는 걸 알면서도, 일단 쉬어가며 고찰만 하고 있는 나도 그때랑 다를게 없습니다.


-


그래서 일단 왜 전집을 했는지에 대한,


답을 내리는 것을 미뤄두고자 합니다.


왜 전집을 했고, 왜 회사를 그만뒀는지 답을 내리기보다,


그냥 이대로 주욱 지내보려고 합니다.


어느정도 세월이 흐르면,


이래서 이랬다고 사람들한테 말할 건덕지가 생기지 않을까합니다.


아, 애초에 말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기록을 남기다보면 무언가 실마리가 보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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