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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고 Jan 01. 2024

36: 해마다 무주 태권도원으로 여행후기

제목: 무주 태권도원 A동~D동 & 반디랜드

<초1adhd일기 2022년 10월 27일 _태권도원 D동>

오늘 어제 우리만 놀러 온 것 아니다. 태권도원 예약한 사람있다. 어제 무주 땅까지 왔다. 갈때도 안전운행 하고 갔다. 거기는 오늘만 잘 수 있다. 오늘 내일 못 잔다. 오늘 모노래일 탔다. 공연도 봤다. 공연 보는게 재미있었다. 격파가 멋있었다. 하룻밤 자고 다음에 와서 자야된다.

1년 가을에 한번씩 오는거다. 말 잘 들으면 1년에 2번씩도 무주에 올수 있다. 눈 썰매 타러 2월14일 날 갈거다. 아닐 수도 있다.
<초1adhd일기 2022년 10월 28일 _태권도원 C동>

C동
1박2일 15만원
2박3일 30만원
3박4일 45만원
하룻밤자고 우리가 비켜줘야한다. 또 예약한 사람 있으니까.

오늘 상소동 살림욕장 갔다왔다. 사람들이 많았다. 아빠가 어묵 사줬다. 치킨도 사왔다. 감자튀김도 사왔다. 고모가 치킨 쿠폰을 보내주었다.
<초1adhd일기 2022년 10월 28일 _태권도원 B동>

작년에 B동 442호에서 잤다.
A동은 일반 사람들 자는 곳이 아니다.
일하는 사람이나 선수들이나 태권도 하는 사람들 자는 곳이다.
B동 C동 D동이 일반 사람들 자는 곳이다.
<초1adhd일기 2022년 10월31일 _태권도원 B동>

받아쓰기 90점 맞았다. 00000이는 65점맞았다.
000이는 0점맞았다. 00이는 100점맞았다. 0000이는 100점맞았다.
나도 잘 하고 다 잘 했다. 00000이랑 000이만 빼고
<초1adhd일기 2022년 10월 25일 _반디랜드>  

너무 맵게 먹으면 안돼요. 맵개 먹으면 배 아프고 얼굴 빨개지고 똥싸고 방귀 마렵고 반기 마렵다. 땀나고 토한다.
반디랜드
무주 태권도원A동


태권도원 여행을 몇 년째 다니고 있다. 태권도 종주국의 위엄이 느껴지도록 넓고 쾌적하고 잘 지어 놓았다. 남녀노소 단풍 구경도 하고 체험도 할 수 있는 테마여행으로 굿이다. 아들이 7세 때 이곳으로 여행을 왔었는데 가성비, 가심비가 좋았다. 그래서 해마다 오게 되었다. 작년에는 너무 괜찮아서 시어머니와 고모가 같이 여행가기고 했었다. 티몬에서 인당 25000원 숙박료를 결제하면, 태권도 박물관 태권도쇼까지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태권도 체험을 하고 싶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모노레일 타고 산 정상에 오르면 무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모노레일은 어른 2000원, 아이는 1000원이다. 침대방과 온돌을 택할 수 있다. 재작년에는 침대방에 올해는 온돌방에 투숙했다. 작년에는 침대방에 투숙했다. 깔끔한 방인데 취사도구는 일절 없었지만 에이스 침대라서 꿀잠을 잘 수 있었다.


그곳에 처음 여행 갔던 때는 가을단픙이 절정이었던 때였다. 아이를 데리고 치료 센터를 주당 12회 그러니까 매일 2시간씩 듣던 때였는데 오전에는 중학교에서 영어수업을 하고 부리나케 달려와서 아이를 픽업해야 했었다. 가슴을 꽉 찬 답답함이 한처럼 맺혀서 불면증에 시달리던 때였으니 어디론가 힐링 여행을 떠나는 것은 참으로 필요했다. 그런데 24시간 쉬지 않고 혼잣말하는 아들과 같이 간 가족 여행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먼 길 운전해 오느라 힘들어하는 남편과 호반이를 숙소에서 쉬라고 남겨두고, 호수랑 나랑 둘이서 그 야밤에 운동장을 몇 번이고 뜀박질하며 가슴 저 깊은 곳에 응어리나 답답함을 분출시켰던 것이 기억이 남는다. 단풍보다 공연보다 그 밤, 그 운동장, 그 뜀박질이 힐링포인트가 되었다.



동생 호반이가 다섯살 때 여행에서 돌아와서 이런 내용을 타자로 적어놓았다. 호반이(동생)는 태권도 역사박물관이 아주 좋았나 보다. 호수(형)는 공연이 좋았다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내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태권도 공연이 제법 스토리에 맞게 연기에 활용해서 밋밋한 태권도 시범이나 격파보다 훨씬 감동적인 연기무대였던 걸로 기억된다.


어른들에게는 자연이 주는 힐링이 어린아이에게는 재미있는 공연도 보고 모로 레일도 타보니 신나는 여행이다. 아웃도어반 팀장을 하는 남편과 호수만 여행을 떠났다. 지난가을에는 외국인 유학생 50여 명을 인솔해서 다녀왔다. 엄마와 호반이는 집 근처 도서관 모임에 참여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김밥 80줄을 말아서 50줄은 태권도원 여행팀에게 주고, 나머지는 도서관에서 나눠먹었다. 이번 여행을 같이 못 가서 서운해하는 나에게, 남편이 무주의 가을 단풍도 곱지만 무주의 봄 꽃들도 예쁘다고 말했다. 내년 봄에는 무주에서 또 어떤 추억을 쌓을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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