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트라우마(Trauma)와 선발(Selection)

역량이 있지만 사연있는 후보자를 채용할지 고민중인 상황에 대한 이야기

by twelve celsius

경력직 인재를 선발하는 과정은 신입을 만날때보다 한층 복잡한 페르소나를 분석하고 선발 여부를 고민하게 된다. 이 분석이 충분하지 못해서 잘못된 채용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조직문화나 일하는 방식에 맞지 않아 결국 이탈로 이어지기도 하고, 비즈니스 과제해결의 타이밍을 놓쳐서 사업의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환경에서 근무를 해보니 근속기간도 대체로 1년 내외인 후보자들도 예전보다는 훨씬 높은 빈도수로 만나게 되고, 다양한 종류의 굴곡진 히스토리를 접하게 된다.


분명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사연있는 인재를 만났을때 선발에 대한 고민은 어떻께 접근하면 좋을까? 이러한 후보자를 만나게되면 어떻게 판단하여야 좋을지 분석심리 관점으로 이야기 나눠보고자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사연'이라함은

다이내믹한 경제 환경에서 겪게되는 구조조정,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의 직간접적인 충격 뿐만 아니라, 직장내 괴롭힘이라든지 직장내 성희롱같은 법적인 이슈, 조직공정성 부족으로 평가/보상/승진 등 다양한 인사상의 불만이나 차별의 경험들, 나르시스트 상사로부터 가스라이팅 당하다가 영혼까지 털려버린 경험들, 회사가 경영악화로 폐업을 하거나, 갑작스러운 납득 안되는 권고사직 당하거나, 인수합병의 과정에서 겪은 아픈 기억, 이직의 거듭되는 실패 과정에서 페르소나를 효율적으로 변경해보지 못한 케이스, 거슬러 올라가면 유년기 부모님의 훈육방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트라우마일 수 있다.


그래서 선발 과정에서 고민하게 되는 트라우마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역량이 있을 것으로 판단이 되지만,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 찝찝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문제가 된다.

이직의 패턴이나, 면접중 특이성이 있는 답변들을 들어서 채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후보자의 부정적 사회화 경험의 결과들이다.


'트라우마'는 개인의 심리적 균형을 깨뜨리는 사건이나 경험으로,
무의식의 그림자(Shadow), 콤플렉스(Complex), 그리고 억압된 감정들을 표면으로 끌어올린다.

하지만 이 경험의 과정을 통해자신의 취약점과 억압된 면을 직면하게 되므로 부정적으로만 볼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트라우마를 통해 억눌려 있던 두려움, 분노, 슬픔과 마주하게 되며, 이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내면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 극복이라는 과정이 한 사람의 자아 형성에 기여하는 방식을 이해하면
극복관점에서 후보자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시각를 가질 수 있다.


1. 의식과 무의식의 연결: 트라우마 극복 과정에서 개인은 자신의 무의식적 갈등과 감정을 의식화하며, 자아(Self)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예: 과거의 상처를 받아들이고, 이를 삶의 일부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통합이 이루어짐.

2. 자기 성찰의 기회 제공: 트라우마는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와 방향성을 재정립하게 만든다.

예: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개인은 자신의 강점과 한계를 인식하고, 진정한 자아와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

3. 내면의 그림자 통합: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개인이 자신의 그림자(억압된 부분)를 받아들이고 이를 의식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이 과정은 자아(Self)로 나아가는 핵심 단계로 작용.


트라우마 극복 과정에서 개인은 자신의 무의식적 갈등과 감정을 의식화하며, 자아(Self)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큰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미성숙하다는 뜻은 아니다. 트라우마 극복 경험이 자아 실현(Self-realization)에 강력한 촉매제가 될 수 있지만, 반드시 필연적인 요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트라우마 극복 여부가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무의식적 측면과 의식적으로 얼마나 연결되어 통합된 자아를 형성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특히,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아와의 만남이 더욱 촉진될 수 있으나, 자아 실현은 더 넓은 삶의 경험과 성찰을 통해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선발을 함에 있어서 트라우마적 경험을 한 후보자를 만나서 선발 여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면 아래의 3가지 관점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을 제안한다.


1. 트라우마를 제대로 직시하고 처리한 상태인지 파악해야 한다.

즉, 콤플렉스나 그림자에 사로잡혀 트라우마로 인한 강박적 행동이나 회피적 태도가 강화되어 있다면, 심리적 통합보다는 분열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조직내 적응이, 협업부서와의 소통이나,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에 낮은 효율성을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우 채용에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2.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무의식과 연결하고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창의적 활동, 명상, 관계를 통해 무의식과 접촉하고 자아 실현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유지하고, 단계별로 극복하고 있다면 선발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3. 다양한 삶의 경험으로 성숙되어 가고 있을 수 있으니 삶의 궤적 전체를 충분히 살펴야 한다.

삶의 다양한 경험(성공, 실패, 사랑, 상실 등)을 통해 자아를 만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으니 그 삶의 목적이나, 가치관이 올바른 후보자라는 확인이 가능하다면 선발을 고민해도 좋을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직 전, 반드시 점검해야 할  the 조직철학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