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집을 샀어요
텅 빈 것이 채워지기 시작해요
매일 매일 창고문을 드나들어요
빨랫줄도 매여놨구요
양말과 이불을 널어요
가끔씩 지나가는 고양이가 빨랫줄에 앉았다 가요
하루에 세 번은 꼭 와서 밥을 먹어요
나무판자로 집을 지어줬는데 한번도 들어가지 않아요
자기 집인줄 알고 지붕위에만 살짝 앉았다 가요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하는데요
한번도 가져 보지 못한 집이어서
낯설지만 내 것을 가져보니 더 이상은 재미가 없네요
가끔씩 빗줄기가 마당을 적시고
어쨌건 꽃밭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그것마저 마음대로 안 될 수도 있겠네요
아무데나 꽃씨를 뿌려볼까 해요
그것이 꽃밭이죠 뭐
나는 아직 꿈을 꿔요
그곳은 푸조나무가 있고
다듬어 지지 않은 개울이 있고
풀들이 물 위로 지천이지만 괜찮아요
언젠가는 여기에서 소꼽놀이를 하려구요
허물을 벗어놓고 간 뱀은 어디로 간 걸까요
이것이라도 필요하면 가져보렴
고마운 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