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 Nov 12. 2022

푸조니무

그 무렵이었다


오랜만에 집을 샀어요

텅 빈 것이 채워지기 시작해요

매일 매일 창고문을 드나들어요

빨랫줄도 매여놨구요

양말과 이불을 널어요

가끔씩 지나가는 고양이가 빨랫줄에 앉았다 가요

하루에 세 번은 꼭 와서 밥을 먹어요

나무판자로 집을 지어줬는데 한번도 들어가지 않아

자기 집인줄 알고 지붕위에만 살짝 앉았다 가요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하는데요

한번도 가져 보지 못한 집이어서

낯설지만 내 것을 가져보니 더 이상은 재미가 없네요

가끔씩 빗줄기가 마당을 적시고

어쨌건 꽃밭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그것마저 마음대로 안 될 수도 있겠네요

아무데나 꽃씨를 뿌려볼까 해요

그것이 꽃밭이죠 뭐


나는 아직 꿈을 꿔요

그곳은 푸조나무가 있고

다듬어 지지 않은 개울이 있고

풀들이 물 위로 지천이지만 괜찮아요

언젠가는 여기에서 소꼽놀이를 하려구요

허물을 벗어놓고 간 뱀은 어디로 간 걸까요

이것이라도 필요하면 가져보렴

고마운 뱀이에요.

작가의 이전글 거울 속의 우리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