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의대생들 앞에서 강의를 준비하면서, 오래전 미국에서 생물학을 배우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모든 게 낯설고 영어 강의를 따라가는 것조차 벅찼지만,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설렘만큼은 분명히 있었다. 작은 성취에도 기뻐했고, 막막함 속에서도 언젠가는 이 길이 내 길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그 당시 적어 두었던 노트들이 생각났다.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 필사적으로 정리했던 내용과 재미있게 들었던 수업방식들이, 지금은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 설명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 배움은 사라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다른 모습으로 내 삶 속에서 이어진다는 걸 새삼 느꼈다.
무엇보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까지 나를 이끌어준 교수님들, 함께 버텨준 동기들 선후배님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나 자신에게도 고마웠다. 덕분에 지금 이렇게 다시 강의실 앞에 설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된 거 같다.
배움은 혼자만의 것이 아닌 것 같다. 내가 받은 배움이 이어져 지금의 내가 되었고, 이제는 그 배움을 학생들에게 나눠주면서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 과거와 현재가 맞닿는 순간 속에서, 내가 걸어온 길이 틀리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묵묵하게 걸어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