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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마음 Jul 11. 2023

김장날  추억거리

이제 우리 집 김장은 내가 담가야 한다. 김장을 겁 없이 시작을 하게 된 것은 엄마와 큰딸과의 추억에서 시작된다. 결혼을 하고 큰아이가 태어난 뒤 4주간 몸조리가 끝이 나고 엄마가 집으로 가실 때가 되니, “날이 추워지니 김치는 해주고 가야 내가 마음이 편하지”라면서 배추와 커다란 고무통을 사 오셔서 김치를 해주고 가셨다. 그때 김치를 어떻게 하는 건지 알게 되었고, 엄마와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니 스스로 김치를 담는 용기를 얻게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주변 친구들은 엄마가 해주시는 김장을 가져다 먹는다고 할 때 나도 부러움을 가진 적이 있었으나, 나의 엄마는 연세가 있으셔서 엄마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스스로 해결하려는 마음이었다. 김장을 해달라고 말하지 않는 딸이 엄마는 서운하지 않으셨을지 지금에야 궁금해진다. 나의 딸이 결혼을 하고 나니 친정 엄마의 마음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많아졌으며, 엄마에게 미안할 때가 가끔은 있어서 나의 딸에게는 나의 생각을 많이 표현하려고 한다.

올해 김장배추는 오빠가 정성껏 키운 배추로 담으려 한다. 배추를 묶는 수고로움, 배추를 리어카에 실어오는 수고로움과 추억은 없이, 자동차로 실어오기만 하였다. 오빠의 정성과 고향의 기운이 가득한 배추는 한 포기가 한아름이며 튼실해서 칼질이 무거웠다. 소금물에 담갔다가 천일염 한 움큼을 배추 줄기에 두 번 뿌려 노란 속이 보이도록 큰 통에 차곡차곡 절인다. 혹여 짜게 절여질까 봐 한 밤중에 부스스 일어나서 호호 입김을 불며 배추를 아래위로 뒤집어 절임을 완성하면 김장의 절반은 지나간듯하다. 왜 김장배추절임은 자다가 일어나서 뒤집어야 하는지 고된 작업이다. 겨울 배추는 단단하고 수분이 많지 않아 오래도록 절임이 필요해서라고 한다. 어린 시절 배추 절인 것은 냇가에서 씻어 나무발 걸쳐 물기 빼던 기억이 떠올라 그 시절의 추웠던 마음에 몸이 움츠려 든다. 김치 양념 재료는 시장에서 직접 만져보고, 상태를 눈으로 확인을 하고, 나만의 기준으로 꼼꼼히 확인 후에 담아와 다듬고 손질하는 과정이 하루 소요가 된다. 

매년 김장 때마다 온 식구들이 합심을 한다. 남편은 무거운 힘을 쓰는 일과 김치통 뒷마무리를 하고, 아이들은 나와 함께 김장 속을 넣는다. 양념을 한 움큼 집어서 배추겉면에 쓱 바르고, 배추 줄기 쪽에 양념을 켜켜이 채워주고 겉잎을 이용해서 양념이 흘러나오지 않고 잘 숙성이 되도록 꼭 겉잎으로 싸서 마무리한다.. 김치통에 켜켜이 담고 제일 위에 배추 겉잎으로 덮어 한 통을 마무리한다.

김장하는 날에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수육과 굴을 넣어 무치는 겉절이다. 압력을 넣지 않고 푹 삶은 돼지고기를 얇게 썰고, 싱싱한 굴을 살짝 씻어 물기 빠지도록 받쳐 두고, 잘 절여진 노오란 배추를 결대로 쭉쭉 찢고 양념 듬뿍 넣어 겉절이를 만들고, 물을 뺀 굴을 넣어 두 손가락 벌려 살살 버무려 커다란 쟁반에 수북이 담는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수육과 겉절이와 막걸리를 마시며 김장의 고단함을 쓱 날려 보낸다. 김장하는 날에는 자취를 하는 딸들의 친구를 초대해서 수육과 굴 겉절이의 맛과 추억을 함께 만들어 본 날들이 많다. 당연히 집으로 돌아갈 때는 한 통씩 챙겨 보내야만 마음이 편한 건 엄마의 마음일 것이다. 월동 준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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