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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마음 Jul 24. 2023

모락모락 만두 사랑

솥뚜껑에서 모락모락 김이 오른다. 조심스럽게 뚜껑을 들어 올리자 눈앞이 뿌옇게 흐려진다. 손부채 만들어 흔들고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한다. 찜통에서 뽀얀 속살을 드러내는 것은 김치만두다. 갓 쪄낸 만두는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다가 쑤욱 내려가며 제 모양을 찾는다. 속이 들통날 정도로 피가 투명해지면 잘 익었다는 증거다. 초록색은 부추고, 살색을 띠면 고기, 붉은빛은 김치만두다.

찜솥을 들어 식탁 위로 옮긴다. 어느새 모여든 식구들은 접시에 옮겨 담기 무섭게 뜨거운 만두를 집어 들기 바쁘다. 뜨겁다고 호호 입김을 불면서도 쉴 새 없이 만두를 집어 대니, 찜통 바닥이 금방 드러났다. 그렇게 커다란 찜통에 2번 쪄내고 나서야 식구들은 배가 부른 눈치다.

만두는 식구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만두를 만들 때는 만두피에 가장 공을 들인다. 고운 채로 쳐놓은 밀가루에 소금 한 꼬집 넣어 녹인 물을 부어가며 주무른다. 밀가루 덩이가 손에 엉겨 붙을 때 식용유 조금 넣어 말랑거리는 반죽을 만든다. 완성된 반죽은 밀봉하여 쫀득하게 숙성시킨다. 

이제 만두 속을 준비할 차례다. 밀가루 반죽을 마친 식탁 위는 허연 밀가루 범벅이다. 쓱쓱 닦아내고 각종 재료를 올려 본다. 먼저 딱딱한 당면과 잘게 다져 말려둔 표고버섯 한 줌을 찬물에 불린다. 숙주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물기를 꼭 짜서 숭덩숭덩 자른다. 두부는 면보로 감싸서 눌러 수분을 꼭 짜고. 초록초록 싱싱한 부추는 0.5센티 길이로 사각사각 칼질한다. 김치냉장고에서 차가운 김치 꺼내어 배춧잎 사이사이 들어 있는 새빨간 양념들을 쑥쑥 훑는다. 잘 숙성된 김치의 고갱이 하나 뚝 떼어 입으로 가져가니 매콤하면서도 새콤한 깊은 향이 코끝을 자극한다. 

음~~! 올해 김장 김치도 참 시원하게 잘 익었다. 눈이 질끈 감기도록 맛있는 김치는 0.5센티 간격으로 다져서 꼭 짠다. 마지막 준비 과정은 돼지고기 양념이다. 돼지고기의 잡내를 잡아주는 나만의 비법은 설탕과 생강가루이다. 돼지고기에 설탕 먼저 넣고 간장을 조금 더하면 풍미가 좋다. 다진 파, 다진 마늘, 생강가루, 후추 톡톡, 참기름 넣고 야무지게 고기를 치댄다. 양념한 고기에 김치, 잘게 다진 당면, 으깬 두부, 다진 표고 넣어 조물조물 합친다. 각종 재료가 잘 붙도록 달걀을 넣어 치대고, 숙주나물, 부추를 넣어 다독다독 김칫소를 완성한다. 

그 사이 밀가루 반죽이 잘 숙성되었다. 커다란 도마에 하얀 밀가루를 짜르르 뿌려둔다. 남편은 시원한 손놀림으로 반죽을 밀고 딸이 주전자 뚜껑으로 만두피를 동그랗게 찍어내면 나는 속을 꽉꽉 채워 나뭇잎 모양으로 만두를 빚는다. 커다란 찜기 바닥에 기름을 칠하듯 바르고 빚은 만두를 적당한 간격으로 올린다. 찜통 물이 팔팔 끓으면 찜기 올려 센 불에 10분, 중불에 10분을 쪄 낸다. 

누구 만두가 더 예쁠까?, 하고 물으면 아이들이 오리 모양, 눈사람 모양으로 오물오물 만두를 빚어 나에게 내밀던 기억이 떠오른다. 추억은 때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양념이 된다. 덕분에 만두 만드는 날에는 마음까지 맛있다. 찜솥에서 나오는 김처럼 나의 마음속 행복도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지난겨울에는 처음으로 사위와 만두를 함께 빚었다. 처음이라면서 쑥스러운 듯 웃으며 빚는 손놀림이 또 다른 기쁨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사위는 정말 맛있게 먹으며 행복해했다. 아무래도 겨울마다 만두를 더 많이 빚게 될 것 같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만두의 추억으로 남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부엌에 서 있는 시간이 길어도 힘들지 않은 것은 잘 빚어진 만두처럼 우리 가족에 대한 영그는 사랑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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