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진단 기술의 미래 전망
1년 전쯤이었다. 갑자기 친구가 밥을 사주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그저 좋은 일이 있겠거니 만나러 나간 자리에서 친구는 대뜸 주식 얘기를 꺼냈다.
네가 말했던 그 회사 있잖아. 그때 내가 주식을 좀 샀거든. 알아봤더니 괜찮은 회사인 것 같아서. 그런데 코로나 진단키트 덕분에 주식이 10배나 올랐어. 고맙다 친구야.
상황은 이랬다. 2019년 말 친구를 만난 자리에서 당시 막 취재했던 진단기술 기업의 이야기를 신나게 했는데, 친구는 그 이야기를 듣고 회사에 대해 조사해본 것이다. 매출과 이익 등의 재무상태를 알아본 친구는 꽤 튼튼한 바이오기업이라는 생각에 주식을 샀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해당 기업은 발빠르게 코로나19 진단기술을 개발해 국내외로 수출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나는 동안 주가가 무려 10배 이상 폭등했고, 친구는 큰 이익을 실현한 뒤 고마운 마음에 나에게 밥을 샀던 것이다.
친구에게 밥을 얻어먹으면서 나는 부러움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꼈다. 투자자의 관점으로 기업을 살펴보고 큰 돈을 번 친구의 안목이 부러웠고, 그래도 내가 좋은 기업을 추천해 줘서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겼다는 마음에 뿌듯했다. 이후 그 기업에 투자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미 너무 올랐다는 생각과,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성장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2019년 당시 내가 해당 기업을 추천했던 이유는 대표의 마인드와 기술력 때문이었다. 내가 인터뷰했던 연구원은 수학 박사 출신으로, 진단기술 기업의 연구원으로서는 이례적인 배경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채용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표님이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와야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해 여러 분야 전공자를 수소문했고, 수학을 전공한 저와 이론물리학 박사 한 분이 연구원으로 일하게 됐습니다.
그는 수학자의 시선으로 바이오 기업을 분석했고, 수학에서 활용하던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적용해 분자진단 시약의 분석 정확도를 높이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기존 방식으로 분석했을 때 발생하는 오류를 99% 제거하는 성과였다. 그밖에도 해당 기업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질병과 관련된 염기서열을 정확히 탐지하는 시약 디자인 기술을 개발했고, 이는 코로나19 진단시약을 빠르게 개발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당시 나는 융합을 통해 혁신을 이뤄내고자 하는 대표의 마인드와, 그 결과로 나타난 기술력과 성과에 매력을 느껴 친구에게 소개했다. 생각해보면, 취재했던 연구원도 꽤나 도전적인 인물인 것 같다. 그 역시 남들이 쉽게 선택하지 않을 만한 길을 선택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기업의 임직원 처우 수준을 봤을 때, 그는 자신의 선택과 도전의 결과로 큰 보상을 거뒀을 것이다.
눈 앞에 놓인 밥상도 못 찾아먹는 나이기에ㅠㅠ 국내 진단기술 기업들의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분야는 이미 호흡기 및 소화기 질병, 성병, 인체유두종바이러스,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등 다양한 질병 진단 기술이 상용화되어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성장이 급격히 무너져내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나아가 체외진단 기술의 최첨단에서 이뤄지는 연구들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진단기술에 대해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단 기술은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크게 체내진단과 체외진단으로 나눌 수 있다. 체내진단은 쉽게 말해 내시경을 통해 몸 속 상태를 살펴 진단하는 것이고, 체외진단은 몸에서 얻은 혈액, 소변 등의 샘플을 통해 질병을 알아내는 방식이다.
최근 체외진단 분야에서 이뤄지는 연구 중 눈에 띄는 기술은 소변을 통해 암을 진단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혈액으로 1차적으로 검사한 뒤 의심스러운 경우 정밀진단을 했다. 혈액검사는 상대적으로 정확성이 떨어진다. 최근 연구들을 보면 소변검사만으로도 100%에 가까운 정확도로 암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결과들이 있다.
예컨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서울아산병원 공동연구팀은 소변검사로 20분만에 전립선암을 95.5% 정확도로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센서를 개발했다는 연구 결과를 2020년 12월에 발표했다. 또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은 종양의 진행, 전이, 세포 신호 전달 등에 기여하는 '나노 소포체'라는 분자를 30분만에 소변 등의 체액에서 분리, 검출하는 기술을 2017년 개발했다. 연구팀은 올해 5월에는 전처리 없이 소변과 혈장 샘플을 분석하는 바이오센서 기반기술을 개발해 정상인과 전립선암 환자의 체액 샘플에서 암환자를 구분해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영자문회사인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에 따르면 전세계 체외진단 기술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123조원이었으며, 2025년에는 170조 2148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약 47조 원 이상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인 것이다.
체외진단 기술은 바이러스나 세균성 질병 진단에서 나아가 암과 같은 중대질환을 진단까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국내 연구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 그룹들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주의할 것은 소변으로 암을 진단하는 것과 같은 기술은 아직 현실이 된 것은 아니기에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고려한다면 기술의 가능성뿐 아닌 기업 자체를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특정 기업이 2002년 혈액으로 7종의 암을 진단하는 키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가 흐지부지된 적이 있다. 또 피 한 방으로 250가지 질병을 진단한다는 기술이 거짓으로 밝혀져 세계적인 논란을 일으키고, 영화로도 제작된 테라노스 사건도 되짚어 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