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한 스푼, 현실 두 스푼

by 김선영

하루 집을 비웠다 돌아와 피곤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일어나 보니 어딘가 깨름칙한 아침이다.
장롱 옆에 곰팡이가 피었다.


아침잠에서 깨지 못한 채 뒤척이고 있는 남편에게
곰팡이가 피었다고 말했다.
남편은 벌떡 일어나 벽을 확인하더니
“이리 와” 하며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 준다.

우리 남편은 이런 사람이다.


《모순》에서 김장우는 형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목에서

내 이마에, 내 코에, 내 입술에 입을 맞춘다.
씁쓸하고도 달콤한 입맞춤이었다.


결혼 전, 남편의 집을 다녀오는 길목에서
비슷한 경험이 있다.
좁은 골목길을 돌아 나오다 갑자기 등을 내밀고 앉더니
업히라고 했다. 업어주겠다고 했다.
그 등에 처음으로 업혔다.
씁쓸하고도 편안한 등이었다.


나는 마트에서 락스를 사 와 뿌리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곰팡이를 닦아내며 나는 혼자 웃는다.


곰팡이는 어차피
내가 없애야 하는 거였네.


2026.1.12.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