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도 없고 컵도 없는데, 커피 한 잔 주시오.”
도서관에 앉아 있던 남편에게 남루한 옷차림의 노인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살집 없이 마른 몸에 힘이 빠진 듯한 목소리였다. 남편은 말없이 사물함으로 가 이디야 믹스커피 하나와 종이컵을 꺼넨다. 그리고 3·4 우유 봉지도 함께 건넨다.
“같이 타 드시면 더 맛있습니다.”
노인은 무언가를 이룬 사람처럼 그것을 받아 들고나간다.
우리 남편은 참 이상한 사람이다.
도서관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물티슈로 책상을 닦고 마른 휴지로 한 번 더 닦는다. 그 모습만 보면 꽤 까칠한 성격이라 짐작할 것이다. 사물함과 가방에서 노트북과 패드, 책, 색색의 필기구가 든 필통을 꺼내 정확한 자리에 놓는다. 타자 소리를 줄이겠다며 키보드 밑에 수건까지 깐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플래너를 꺼내 계획을 세운다. 가끔은 턱을 괴고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질서와 흐름을 중시하는 이런 남편이 좋아하는 커피는 종이컵에 물을 조금 따른 후 이디야 믹스커피와 3·4 우유 분말을 정성스럽게 녹인 것이다. 그것을 아껴가며 홀짝홀짝 마신다.
더 이상한 것은 그 커피를 자주 다른 사람에게 타 준다는 것이다.
도서관을 오가다 얼굴이 익은 이들이 어느새 “형”이라 부르며 말을 건넨다. 남편은 그들을 동생이라 부른다. 그들 가운데에는 공부하러 오는 사람도 있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머무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어떤 날은 그 동생이 친구를 데려와 인사를 시키고 커피를 부탁하기도 한다. 그러면 남편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또 정성껏 커피를 탄다.
그래서 그의 사물함에는 이디야 믹스커피와 3·4 봉지 우유, 종이컵이 늘 떨어지지 않는다. 추운 겨울, 어디선가 얻은 빵을 도서관 복도에서 먹고 있는 이를 보고도 커피를 타 주었다고 했다.
“빵만 먹으면 목이 막히니 이것도 함께 드세요.”
식당에서 무례한 일을 겪으면 다시는 가지 않을 만큼 까칠한 사람인데도 자기의 흐름을 깨고 불쑥 들어오는 이들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유를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커피와 우유를 들고 나서는 남편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파란색과 하얀색이 만나 하늘색이 되는 것처럼 그의 예민함과 배려심이 섞여 작은 온기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사람의 마음은 하나가 아닌가 보다.
나는 언제쯤 남편을 다 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