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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대리 Mar 31. 2024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요?

주말을 맞이하여 부모님 댁에 다녀왔다. 


겨우 40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바쁘다는 이유로 쉬어야 한다는 이유로 부모님댁에 겨우겨우 가는 딸이 되었다. 몇 일 전 아빠의 절친한 친구 아들이 결혼을 했다며 결혼식을 다녀온 이야기를 해주셨다. 나와 동갑내기인 친구의 아드님은 교회에서 중매로 결혼을 하게 되었단다. 그렇게 식장 이야기부터 음식 이야기까지 그리고 그 끝에 나는 '아빠 근데 나 퇴사해요' 라며 나의 n 번째 퇴사 운을 띄웠다.




또!? 퇴사를 한다고 !? 



60평생을 성실 빼면 무기인 아빠다. 아빠의 직장은 내가 읊을 수 있을 정도다. 호텔 연회장 지배인으로 시작한 아빠의 인생은 늘 요식업의 총괄 혹은 지배인이었다. 그러다 50이 되어서야 특수 경비일을 하였고 경비일 마저도 한 곳만 거의 6년을 넘게 다니셨다. 그런 아빠의 눈에 이직을 밥먹듯이 하는 나와 내 동생이 아주 걱정스럽게 비춰지는 것도 아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빠의 지인 아들은 결혼을 했는데 아빠의 딸은 퇴사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아빠는 소주 한 잔을 들이켰다. 


그리고 나에게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조금 더 버텨보지. 자꾸 그렇게 옮겨다니는 건 좋지 않아' 라는 말과 함께 더 이상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다. 부모님에게 퇴사 소식을 알리는 일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이제 슬슬 부모님 주변에 결혼하지 않은 자식은 나와 내 동생밖에 없을 정도로 속속들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손주 손녀를 안겨주는 나이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나와 내 동생은 아직도 퇴사와 이직 그리고 학원을 다니고 강의를 들으며 서로의 자기계발에 여념이 없다. 



반대로 아빠와 달리 엄마는 나에게 '그래, 한 번 해봐' 라며 나를 믿고 가벼이 나의 퇴사 소식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어서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그래도 엄마는 저번보다 니 얼굴에 살이 조금 올라서 다행이야. 

저번에는 피죽도 못먹은 것 처럼 너무 살이 빠져서 걱정이 되었는데. 강남 출퇴근도 너무 걱정이 되었어. 

그러니 이제 좀 쉬엄쉬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면 좋겠다 -



엄마의 말은 나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34살 정도면 인생을 득도할 것이라 생각했던 지난 날이 있었다. 


그런데 득도는 커녕 어줍짢은 양심과 알량한 타협을 하면서 살아가기에 바쁘고 넉넉한 통장 잔고 대신에 마이너스 통장과 대출 이자를 걱정해야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행복은 멀리있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행복은 꽤 멀리 있고, 그 행복에는 돈이 들어간다는 걸 깨달은 34살이 되었다. 감성보다는 이성이 이성보다는 현실을 따라간다.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것인지 나는 아직도 모르고, 모를 나이다. 

나도 제발 알고 싶지만 아직 내가 그 답을 알기에는 너무 어줍짢은 나이다. 잘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가기 위해서 나는 늘 나에게 묻는다. 


너 지금 괜찮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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