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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대리 Nov 17. 2024

집주인에서 세입자가 되었습니다

다시 서울로 가야겠어요 


< 와이프 대신에 집주인이 되었습니다 > 를 연재하고 

딱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집주인에서 세입자의 삶으로 되돌아왔고 인천에서 서울로 돌아왔다. 



출퇴근길, 정말 서러웠던 지난 2년 


보통 내 삶의 바운더리에 있던 직장들은 모두 마포구와 영등포구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출퇴근에 대한 스트레스를 그다지 크게 받지 않았다. 길어야 1시간이었고, 그마저도 2번의 환승정도면 갈 수 있는 정도였기 때문에 출퇴근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 한 해 이직을 감행하면서 선택한 '강남행' 은 출퇴근 3시간이라는 대장정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은 가히 체력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내 인생의 시간에 가장 큰 일이었다. '출퇴근길이 서러워! 힘들어!' 라고 하면 늘 근면성실의 아이콘인 나의 아버지는 '다들 그렇게 살아. 그래도 30분 일찍 나오고 30분 늦게 가면 괜찮아' 라며 지금의 젊은 시절을 돈을 모으는데 집중하며 열심히 살길 바랬고, 나의 어머니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갚는 대출이자가 서울의 월세보다 저렴한 것을 감안하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내가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였다면 아마 부모님의 말씀처럼 나는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남들보다 늦게 퇴근하는 삶에 순응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계양역와 9호선의 탑승은 그야말로 '이게 된다고 !?' 의 연속이다.
심지어 9호선의 급행과 일반행의 시작점인 '김포공항역' 에서 급행 열차 탑승은 전쟁이다. 남녀노소 나이를 불문하고 체면과 양심은 없다. 무조건 문이 열림과 동시에 뛰어들어가서 자리를 선점하는 사람이 위너(Winner) 다. 내 앞에 앉은 사람이 끝끝내 일어나지 않았을 때 느껴지는 분노는 참으로 가소롭고 유치하지만 진심이다. 일면식도 없는데 말이다. 누군가가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터득하게 되는 만석의 지하철을 타는 방법과 에티켓 등은 돈 주고도 살 수 없지만 굳이 알지 않아도 편히 살아갈 수 있다. 살면서 대중교통을 1~2번 정도 이용한다면 말이다. 인류애가 바사삭하는 순간을 매 번 체험할 수 있고, 공간 활용의 기이함 (?) 을 절대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올 여름부터 줄곧 월세집을 구하러 다녔다. 그리고 그 지역선정은 사실상 명확했다. 1) 지역 2) 안전 3) 회사와의 거리. 그 외에도 그 간의 서울 자취생으로서 터득한 몇 가지의 애로사항이 개선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늘 그렇듯이 컨디션이 좋으면 가격이 좋지않고, 가격이 좋다면 컨디션이 좋지 않다. 심지어 내가 마음에 드는 물건은 타인에게도 인기가 많고, 내가 싫어하면 타인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겨울이 다가왔고 그 겨울의 시작점에서 내 조건에 드는 매물을 만나 월세집 계약을 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의 전세 제도를 신뢰하지 않는다.

물론 사회초년생들에게 전세대출 제도가 잘 되어있는 대한민국이지만 나는 가급적이면 내 돈이 묶이지 않는 선에서 내가 감당가능한 월세집을 구하는 것이 내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해왔다. 그렇게의 나의 집 역시도 전세 보다는 월세로 세를 내어줄 생각이다. 


그렇게 크고 널찍한 나의 아파트 짐들이 모두 정리되고 나는 조용히 텅 빈 집에서 아직도 남아있는 가구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래도 이 곳에서 추억이 누구보다도 강렬했고 남달랐고 행복했기에 2년을 잘 버틸 수 있었고 미련없이 서울행을 택하고 가급적이면 오래도록 이 집의 집주인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이사온 지 1주일차, 나의 에피소드들을 다시 한 번 이 브런치에 기록해 볼 생각이다. 


다시 세입자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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