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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청아 Oct 17. 2022

브런치 작가인 당신이 당장 만년필을 사야 하는 이유!

직접 써보고 느낀 만년필 후기

만년필이 드디어 배달이 왔다! 해외 직구로 샀어서 배송이 오래 걸렸다. 한 일주일 넘게 걸린 거 같다.

만년필을 사게 된 것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까지가 표면적인 이유고, 사실 만년필을 이미 쓰는 지인이 내게 입김을 불어넣었다.


만년필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어느새 네가 만년필을 쓰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했다. 게다가 한 번쯤은 잉크를 채우는 모습을 주변에서 볼 수밖에 없기에 더더욱 네가 만년필을 쓰는 사실을 알 수밖에 없다고 했다.


만년필이나, 잉크 채우는 모습들을 신기하게 지켜보고 만년필에 대해 내게 묻는 사람들에게 “글 쓰는 사람이라서 만년필 쓴다.”라고 대답할 기회를 놓칠 거냐며 부추겼다.


난 그 속삭임을 벗어날 수 없었다. 내가 좀 우유부단한 성격이라 만년필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계속 고민했다. 하지만 이미 고민한 시점에서 답은 나온 거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옆에서 계속 부채질을 하니 도저히 안사고는 못 배겼다.


나에게 만년필을 추천해준 지인은 “내가 뭐 안 좋은걸 추천해줬냐!” 하겠지만 뭔가 영업당하는 기분이어서 그런가 그 당시에는 악마의 속삭임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건 악마의 속삭임이 아닌 볼펜 지옥으로부터 나를 꺼내 준 구원의 손길이었다. 게다가 내게 입문하기 좋은 만년필 유튜브도 추천해주었다.

(만년필 추천해줘서 고마워요 ❤)


아무튼 유튜브로 만년필 추천 영상을 봐가며 심혈을 기울여 만년필을 골랐다. 주문을 한 그 직후부터

평소 애지중지 사용하던 볼펜이 어쩜 그리 초라해 보였는지, 빨리 이별하고 싶었다.


영롱한 만년필과 잉크


색깔이 되게 영롱하다. 잉크 색도 한참을 고민하다가 검은색은 질리기도 하고, 만년필 색과 맞출 겸 브라운으로 샀다. 노트에 쓰는 잉크 색도 그렇게 고민하던 나인데, 브런치에는 너무 단조롭게 색을 이용하지 않았나 생각도 해보았다.


만년필이 배달 오고 나서는 엄마에게 자랑했다. 엄마가 예전에 캘리그래피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게 생각나서였다. 내가 글씨를 잘 못써서, 엄마에게 가끔 캘리그래피를 같이 하자고 했다. 기왕 만년필까지 샀는데 글씨를 너무 못쓰면 속상하니까.


엄마가 쓴 캘리그래피
내가 쓴 글씨 사진(나는 글씨를 잘 못쓴다)

만년필을 직접 써보니, 나 역시도 여러분을 만년필의 세계로 영업하고 싶어졌다. 한 번 내 말을 들어보고 만년필을 살지 말지 결정해보아라.


1. 필감이 확실히 다르다.

만년필을 써본 사람은 모두 동의를 할 테다. 필감이 다르다. 딱 쓰자마자, 정말 부드럽다. 글을 이렇게 부드럽게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볼펜을 쓸 때는 전혀 몰랐던 느낌이었다. 게다가 잉크의 양이나, 선의 세기를 조절할 수도 있어 볼펜에 비해 무궁무진하다.


2. 나만의 개성을 갖출 수 있다.

나만의 펜을 만들 수 있다. 만년필은 자체만으로도 워낙 종류도 다양한 데다, 잉크 색마저 다채롭다. 그렇기에 그 둘의 조합은 끝이 없다. 만년필은 패션의 세계와 동일하다. 정석 조합도 있을뿐더러, 나만의 개성 있는 조합도 넘쳐난다. 같은 옷을 입으면 괜스레 찜찜한 기분까지 똑같다.


3. 그 자체로 세련되다.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멋지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만년필은 세련되고 아름답다. 음식을 낼 때 접시 디자인이 중요하듯, 글을 쓸 때도 만년필의 디자인이 한몫한다. 내가 너무 오버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황홀한 건 사실이다. 만년필을 볼 때마다 행복해진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4. 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화된다.

작가라는 정체성을 더해준다. 초반부에서도 언급했듯 만년필을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작가님'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 괜스레 글을 하나라도 더 쓰게 된다. 종이 위를 춤추는 만년필을 보면 글쓰기가 즐거워진다. 게다가 누군가 만년필에 관해 물을 때, “글 쓰는 사람이라서 만년필 쓴다.”라고 대답할 기회가 생긴다!


5. 엄마와 대화 주제가 하나 생긴다.

엄마와 대화 주제가 하나 생긴다! 꼭 엄마가 아니어도 좋다. 그래도 기왕이면 가족과 대화하길 바란다. 정말 소소한 대화거리 하나여도, 핑계 삼아 연락하는 일이 좀처럼 드물다. 특히 가족이라면 더더욱. 언제나 우리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부모님에게 이 기회에 연락했으면 한다. 엄마의 글씨와 내 글씨를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재밌다.


아직도 만년필 사는 것을 고민 중인가? 내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3번에서 벌써 만년필을 주문했을 것이다. 나는 웃기지만 멋을 포기 못하는 사람이다. 여러분도 한 번 고민해보고 만년필을 사길 바란다. 내가 그랬듯,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 되리라고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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