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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청아 Oct 29. 2022

스페셜 티 입문기

feat. 생일 선물

전 게시글에도 올렸듯 2일 전 10월 27일은 내 생일이었다.

생일 선물을 아예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욕심은 부리지 않았다. 생일을 계기로 연락이 뜸했던 사람들과 안부인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좋았다. 친한 사람 사이에선 무슨 선물을 해주든, 심지어 선물을 해주지 않더라도, 축하한다는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웠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다."라는 말이 딱 내 심정을 한 줄 요약한 말이었다.


또,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기치 못한 성의가 내게 찾아왔을 때, 뜻밖의 행복이 다가온다는 사실이 좋았다. 나는 그런 식으로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스스로에게 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기대를 하게 만드는 이가 있었다. 바로 내 롤모델이자 멘토였다. 그에게는 항상 배울 점이 많았다. 그에게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감사의 표현으로, 그는 내 글에서 '지인', '주변 사람', '선임'으로 종종 출연하게 되었다.


바로 그 사람이, 자꾸 내게 기대를 심어 놓았다. "하늘이 선물 뭐 받고 싶어?" , "현금이 좋아? 선물이 좋아?"라는 말을 내 생일 몇 달 전부터 드문드문 해왔다.


대답이야 나는 물욕이 없어서 괜찮다며 선물이라면 다 좋다고, 고맙고 소중하게 여길 거라고 했지만, 그런 말을 듣다 보면 기대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내게 뭘 챙겨줄까?'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그 생각을 억누르느라 바빴다.


그리고 드디어 생일 당일, 선물이 도착했다.




선물 받은 스페셜 티 모음과 머그컵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은 스페셜 티 모음이었다. 전혀 예상치도 못해서 더욱 놀랐다. 받자마자 신나서 열어본 포장지나 티백 색깔들이 너무 예뻐서 한 번 더 놀랐다. 조금 오글거릴 순 있지만, 감성이 있었다 ㅋㅋㅋ :)


내가 평소에 아침 명상을 하는 것을 보고, 명상과 함께 차를 타 마시라며 선물해주었다. 그리고 내친김에 스페셜 티에 입문도 해보라는 의미였다.


내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선물을 해준 점이 너무 감동이었다. 또 항상 하던 말, 인생의 해상도를 높여주는 선물이어서 더더욱 의미 있었다. 게다가 내가 머그잔이 없을까 봐, 머그잔까지 선물해주는 디테일까지 보여주었다.


뒷면에는 티를 우릴 때 필요한 설명들이 간단하게 적혀있다.


중앙에는 티의 이름, 하단에는 문구가 적혀있다.

오늘, 마셔본 티는 샹들리에였다.

이름이 확 꽂히기도 했고, 나른한 주말 해야 할 일들이 꽤 있어서 고 카페인으로 정했다.


사실 차린이어서 아직 맛과 향을 명확하게 정의 내리지를 못하겠다. 원래도, 미식가가 아니긴 하다 ㅎㅎ;

무튼 그런 입장에서 대충 느낌을 적어보자면


향이 굉장히 달콤했다. 홍차가 베이스인 차라서 홍차 향이 셀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달콤한 과일향이 났다. 향이 강하기보다는 인상이 깊었다. 굉장히 오래 지속되어서 차를 마시는 내내 향기로운 기분을 낼 수 있었다.


맛은 오묘했다. 차라서 그런가 나쁘게 말하면 밍밍한 느낌이고, 좋게 말하면 싱그러운 느낌이었다. 내가 맛을 표현해본 적이 없어서, 더 풍부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마시다 찍은 티의 모습, 색이 카메라에 잘 안 담긴다.

색도 마찬가지로 말로 표현해본 적이 없어서 사진으로 가져왔다. 티를 직접 찍은 사진에는 색이 잘 안 담겼다. 그래서 열심히 갤러리를 뒤져 예전에 찍은 사진들을 가져와 보았다.


쨍쨍한 경고등의 색


좌측 가로등의 색


정확히 이 둘을 반쯤 섞은 색이었다. 티 사진에는 빨간색이 잘 안 담겼지만 실제로는 꽤 많이 담겨있었다.

색을 구경하고, 찾아보는 소소한 재미까지 챙길 수 있었다.




이번 선물이 정말 이제껏 받은 선물 중, 세 손가락 안에 든다. 경험을 선물해준 느낌이 들어서 참 좋은 것 같다. 스페셜 티라는 바운더리 안에 나를 담아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티 이야기도 같이 나눌 수 있게 되었고, '내가 맛과 향, 색을 표현해본 적이 별로 없구나'하고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티 종류도 굉장히 다양해서 오늘은 어떤 티를 마셔볼까? 하고 고르는 재미도 있다. 내가 선물 받은 티를 다 마실 즈음엔 맛과 향, 색도 모두 풍부하게 표현하며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스페셜 티를 영업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가능하면 여러분도 스페셜 티를 한 번쯤 경험해봤으면 한다. 본인이 직접 마셔보기도 좋고, 선물해서 상대방과 취미를 공유하기도 좋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덕분에 좋은 경험도 하고, 일상 글의 소재까지 준 그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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