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이 내게 알려준 아주 현실적인 인생수업
서울 첫 오피스텔 계약하던 날,
6개월 뒤에 500만원이 사라질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 PART 3 — 첫 자취와 함께 온, 잊지 못할 경험
서울에서 처음 구한 집은 7평짜리 오피스텔이었다.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55만 원.
관리비까지 합치면 거의 70만 원이었다.
광주에서는 8평에 월 10만 원 내고 살던 내가
서울에 오자마자 월급보다 월세가 더 뛰어오른 걸 보고
정말 멍해졌다.
그래도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래, 난 돈 벌러 온 게 아니라 경험 쌓으러 온 거야.
이 정도 투자 괜찮아…”
하지만 속은 아주 쓰렸다.
6개월이 지나고, 친구가 서울에 취직하면서
조금이라도 월세를 줄이자는 마음으로 함께 살기로 했다.
두 번째 집은 1000/90만 원.
관리비 포함 약 100만 원이었지만
둘이 나누면 1인당 50만 원이라
오히려 첫 집보다 부담이 적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방음이 너무 심각했다.
도로변 오르막에 있다 보니
버스·오토바이·트럭 소리가
벽을 뚫고 그대로 들렸다.
그렇다고 이사 갈 수도 없었다.
2년 계약이었고, 더 싼 집은 없었다.
서울 집값의 위력 앞에서
나의 정신과 자존감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서울 올라온 뒤 계속 지원하던 청년아파트에서
드디어 ‘추가 모집 당첨’ 문자가 왔다.
추가 모집이다 보니 계약기간이 타이트했다.
나는 서울 첫 집의 집주인 분이 너무 좋은 분이셔서
복비만 내고 잘 나왔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비슷하게 될 거라 안일하게 생각했다.
청년아파트에 먼저 계약금을 넣고
두 번째 집주인에게 이사 나가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지옥이 펼쳐졌다.
집주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2년 채워야 합니다.
다음 세입자 구해도 안 됩니다.
월세도 계속 내셔야 합니다.”
계약서에 ‘중도 해약 시 복비 지급 조항’이 있었는데
그것도 소용없었다.
부동산도 말했다.
“집주인이 거절하면 어쩔 수 없어요.”
10년 자취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진짜 현실이 맞나 싶었다.
잘못 하다간 새로 들어갈 집의 계약금 1,000만원이 날아갈 판이었다.
하지만 해결은 해야 했다.
전화를 드려봤지만 피하시는 듯하여
결국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친구와 과일바구니를 들고
집주인이 사는 집(같은 건물)을 찾아가
거의 무릎을 꿇다시피 말했다.
“원하시는 조건 다 맞출게요…
제발 이사 나가게 해주세요.”
결국 합의된 조건은
3개월치 월세 + 복비 + 새로 산 냉장고/세탁기 제공
총 약 500만 원이었다.
그렇게 나는 그 집을 빠져나왔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금액이다.
청년아파트 계약금을 먼저 넣기 전에
집주인에게 미리 물어봤어야 했다는 후회가
뼛속까지 남았다.
그래도 분명히 배웠다.
다음 이사 때는 무조건 현재 집주인에게 먼저 말할 것.
세상 모든 계약은 케바케라는 것도
확실히 깨달았다.
지금 살고 있는 청년아파트는
중도퇴거 조항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신중하게 계약을 마쳤다.
서울에 집이 있는 사람들이
정말 너무 부러웠다.
크지 않아도, 계약서에 치이지 않고
마음 편히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안정인지 깨달았다.
나도 언젠가 내 집을 마련하고 싶다.
서울이 아니어도 좋다.
그냥 나만의 공간,
이사 다니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서울에서 홀로 버티는 지방 청년들 모두,
진짜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가능하면 적은 비용으로,
아니… 그냥 비용 없이
인생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계약은 언제나 신중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