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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미 Nov 10. 2024

Pro.



20대 때 꽤 치열하게 살았다고 자부한다. 대학 시절 친구가 많이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주 6일 동안 마트 알바를 하며, 3학년 때 어학연수를 준비했다. 방학도 예외는 없었고, 어학연수를 마치고 귀국해서도 연구보조원, 기간제 교사 등 꾸준히 돈 버는 일을 했었다.


누가 시켜서 했던 것도 아니었고, 어릴 때부터 20살부터는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뜻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20살이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나만 그렇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동기들 중 아무도 나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었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생활하고, 친구들과 먹고 마시며 대학 생활을 보내는 동안 나는 우정 대신 나를 책임졌다.






너무 세상을 빨리 배웠나. 20대부터 시작된 직장생활에 좀처럼 적응을 하지 못했다. 이 험난하고 팍팍한 세상 어딘가 나와 맞는 직장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그런 건 없었다. 그렇게 최소 5번 이상의 이직을 하고서 나는 남들이 말하는 평범한 일상은 살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출퇴근이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에 나는 우울감을 느꼈고, 출근이라는 것 자체가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는 걸 20대 후반에 처음 느꼈다.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 하늘을 보면서 목 놓아 울었고, 주말이면 차에 치여 월요일에 회사가 아니라 병원에 누워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죽으면 더 좋고.


왜, 월요일은 죽지도 않고 또 돌아오는지. 왜 이런 재미없는 인생을 죽지 못해 살고 있는지에 대한 끝없는 고민을 반복했고, 날마다 울었다.


한 직종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카페, 기간제교사, 시간강사, 콜센터, 학원 행정실, 마케터 등 다양한 직업으로 직장을 옮겼다. 콜센터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2년을 채우고 실업급여를 받고 퇴사했지만, 그 이후의 삶이 퍽 다르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내 삶을 채워가는 중이고, 내 삶의 방향을 알아가는 중이다. 더 이상 특별한 이벤트나 성공한 미래를 꿈꾸지 않게 되었다. 그저 평범하게 아주 보통의 하루들로만 채워지면 좋겠다. 사건 없이 무탈하게 흘러가는, 조금은 살만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그저 감사하다.


20대 때 생각했던 30대는 이렇게 무능력하고, 꿈 없는 모습이 아니었다. 10단계는 아니어도 1단계는 성장한 성장형 캐릭터가 되어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현실은 20대나 30대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대를 열심히 살아냈어도 30대가 이 모양인데, 30대를 열심히 살아낸다고 40대에 갑자기 반짝거릴 수는 없겠지.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20대를 이렇게 살았어야 했는데, 뭣도 모르고 숨 막히게 열심히 달렸구나. 충분히 쉬어도 되는 나이에 나는 일만 했구나. 돌이켜보니 정말 그랬다. 20대 때 만난 친구라고 꼽을 수 있는 사람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 있다.


20대의 매일을 열심히 살 수 있었던 건, 30대에는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있어서였다. 그 기대가 20대 후반의 나에게 번아웃을 선물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내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을 때 꽤 오래 아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 이젠 열심히 살지 말아야겠다. 열심히 산다고 누가 상주는 것도 아니고, 성공한 삶을 살게 되는 것도 아닌데. 나는 대체 누굴 위해 열심히 살았던 걸까. 나를 위해 열심히 살았다기엔 결국 그 열정은 나를 힘들게 만들었고, 늘 후회로 가득하게 만들었다. 30대에도 후회 가득하게 마무리하고 싶진 않았다.






더 이상 멋진 어른이 되지 않기로 한다. 더 이상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에 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로 한다. 30대는 남들이 말하는 평범한, 출퇴근이 반복되는 나날 가운데 40대를 준비하며 살기로 했다. 20대 보다 30대 시작이 더 형편없었으므로 40대는 그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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