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산다는 것은 뭘까? 20대 때는 열심히 살면 사회적 성공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열심히 살면 당연히 성공한 삶을 얻게 될 거라는 착각 속에 열심히만 살았던 것도 같다. 그때 누군가 나한테 한 번이라도 '원하는 삶의 모습'이 뭐냐에 대해 물었다면 아마 그렇게 열심히만 사는 삶을 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사회적인 기준이 말하는 성공한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의 사는 게 진짜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성공을 쫓는 열심은 필요하지 않았다.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대학 동기가 나에게 물었다. 그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가 뭐냐고, 너는 참 대단한 것 같다고. 그때 내가 했던 대답이 아직도 기억난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 내가 갖고 싶은 '내 집'과 '조기 은퇴' 혹은 디지털 노마드의 삶.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조금은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나에게 돈이라는 건 필수불가결의 존재였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하고 싶은 게 참 많다.
GPT에게 사회적 기준으로 '잘' 산다는 것에 대한 정의를 물었다. 경제적 안정과 직업적 성공을 바탕으로, 화목한 가정, 원만한 대인관계,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는 삶. 건강을 유지하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삶. 물질적 성취뿐만 아니라 행복과 의미를 추구하며, 개인적 성장이 지속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 이렇게 추상적이고 모호한 기준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잘' 사는 삶이었다. 물론, GPT 기준이기 때문에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내가 원하는 물질적 성취는 사는 동안 이룰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 그런 삶을 살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룬다는 것은 왠지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이야기인 것 같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하나를 얻어도 둘을 얻고 싶은 게 사람의 당연한 마음 아니던가? 거기에 개인성장을 꾸준히 하면서, 행복과 의미를 추구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나 싶다. 삶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잘 사는 것처럼 보여도 그 사람의 내면 깊은 곳까지 타인이 알기는 어렵다. 좋아보는 사람에게도 아픔은 있고, 완벽해 보여도 빈틈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잘' 살고 있다고 내가 타인을 규정짓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사는 것과 잘 사는 것에 대해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물었다. 열심히 사는 것은 과정에, 잘 사는 것은 결과 중심으로 성과가 있어야 하는 거라고 말한다. 삶은 열심히 산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덜 열심히 산다고 성공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는 뭘까? 내가 열심히 살지 않는다면 나는 실패한 인생이 되는 걸까? 여기서 삶은 모순 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대충 살던, 열심히 살던 어차피 성공할 사람은 성공한다는 거다. 내가 열심히 사는 것과 관계없이.
나는 성공을 목표로 열심히 살지 않기로 했다.
우리의 삶은 변수가 너무나 많다. 늘 내 계획대로 되지 않으며, 계획했던 것과 다른 결과를 낳는 경우도 꽤 많다. 내 삶은 늘 그랬다. 누군가는 삶이 그래서 재미있고 특별한 거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은 늘 나에게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남겼다. 누구나 그렇게 사는데 너만 유난인 것처럼 굴지 말라는 사람들의 말에 상처받는 것도 내 몫이었고,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도 늘 내 몫이었다.
그럼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의 형태는 뭐였을까. 수천번의 고민 끝에 답을 내릴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나의 행복이다. 그 추상적인 단어 속에 담긴 의미는 내가 건강해야 하며, 나하나 정도 책임질 수 있는 돈(돈의 총량도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은 적지 않도록 한다.)이 있어야 한다. 딱 그 정도가 내가 생각하는 행복을 마련할 수 있는 기본 단계였다. 내가 없으면 내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있어야 내가 존재하는 세상이 있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살 수 있는 세상이 있어야 했다. 그건 단언컨대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사는 세상은 아니었다.
내가 살아온 삶이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약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성공을 위해 열심히 살았지만, 성공과는 더 멀어지기만 했고 그런 내 모습이 너무 하찮아서 꼴도 보기 싫었었다.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서 먼지가 되어 사라지면 좋겠다, 내가 죽어도 아무도 나를 기억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그렇게 내 존재가 자체가 세상에서 사라지면 좋겠다고. 실제로 내가 지금 당장 죽는다고 가족 외에 누가 나를 기억해 줄까 하는 생각까지 이르렀을 땐, 사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어 졌던 날들도 많았다. 그런 게 내가 사는 세상이라면, 그 세상의 존재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삶에 있어서, 살아감에 있어서 나 자신에게 중요한 게 뭔지 자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삶은 반드시 성공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도 아니며, 살면서 꼭 성공해야만 대단한 삶이 되는 것도 아니다. 매일의 변수 속에 살아가는 내가 매일을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일지도 모른다. 쳇바퀴 같은 삶일지라도 나는 그 속에서 분명 무언가 나만의 짐을 짊어지고 있을 터였다.
세상은, 주변 사람들은 내 삶의 무게를 모른다. 속 시원하게 터 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고 해도 나의 삶을 대신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 안다고 말할 수 없다. 내 삶을 논할 수 있는 존재는 나뿐이며, 그게 주변과 사회적 시선에 내 삶을 빼앗길 수 없는 이유다. 그러니 조금 힘을 빼고 살아간다고 해서 나를 탓할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다.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