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커피를 마시지 않는 하루가 자연스러운 사람

by 소소연

어느 순간부터

커피를 마시지 않는 하루가

특별하지 않게 되었다.

날짜를 세지 않아도 괜찮고,

기록하지 않아도 놓치지 않을 만큼

그 상태가 일상이 되었다.


처음엔 잠시 쉬어보자는 마음이었다.

줄여보자는 생각이었고,

잠깐 멀어져 보고 싶다는 감각에 가까웠다.

하지만 하루가 쌓이고,

그 하루들이 이어지면서

커피를 마시지 않는 쪽이

오히려 더 편해졌다.


커피 없이 지낸 시간 동안

집중이 사라지지도 않았고,

하루가 흐트러지지도 않았다.

각성을 잃은 대신

삶은 더 안정적으로 흘렀다.

몸은 덜 요동쳤고,

마음은 더 천천히 반응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필요함’을 느끼는 방식이었다.

예전에는 피곤하면 커피였고,

버거우면 커피였고,

괜찮은 척해야 할 때도 커피였다.

이제는 그 순간마다

조금 다른 선택지가 먼저 떠오른다.

쉬어도 되고,

멈춰도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선택.


커피를 멈추면서

나는 나를 밀어붙이는 방식에서

나를 돌보는 방식으로 옮겨왔다.

속도 대신 리듬을,

각성 대신 회복을,

의지 대신 환경을 선택했다.


커피 향은 여전히 좋다.

카페를 지나칠 때면

그 향이 기억처럼 스친다.

하지만 그 향은

마셔야 할 이유가 아니라

지나가도 괜찮은 풍경이 되었다.

마시지 않아도

하루는 충분히 깊고,

나는 충분히 깨어 있다.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커피를 끊은 게 아니라,

나를 앞에 두는 법을 배웠다고.

무언가에 기대지 않아도

하루를 살아낼 수 있다는 감각,

그 감각이 내 안에 남아 있다.


이 글은

커피를 끊으라고 권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조용히 건네고 싶다.

커피 없이도

하루는 잘 흘러가고,

당신은 생각보다 단단하다는 말을.


나에게 커피 없는 하루는

참아낸 하루가 아니라,

돌아온 하루였다.


그리고 나는

이 리듬으로

앞으로의 날들도 살아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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