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말고 위로를 원했던 날
커피가 마시고 싶었던 순간들을 가만히 떠올려보면
그 이유는 늘 비슷했다.
정말로 졸려서라기보다는,
무언가를 견뎌야 할 때였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이 아직 하루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을 때,
점심 이후 갑자기 모든 것이 하기 싫어졌을 때,
사람을 만나고 돌아와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허무하게 느껴질 때.
그럴 때 나는 늘 커피를 마셨다.
커피는 나를 깨우는 음료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건 각성이라기보다
버티기 위한 장치에 가까웠다.
조금 더 괜찮은 얼굴로,
조금 더 단단한 척하며
하루를 통과하기 위해.
커피를 줄이면서
그 순간들이 그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피곤하면 피곤했고,
지치면 지쳤다.
커피로 덮지 않으니
내 상태를 그대로 마주해야 했다.
그게 처음엔 불편했다.
하지만 그 불편함 덕분에
처음으로 이런 질문을 하게 됐다.
“지금, 정말 필요한 게 뭘까?”
에너지일까,
아니면 잠깐의 멈춤일까.
각성일까,
아니면 그냥 위로일까.
놀랍게도
그 질문 하나로
커피를 찾지 않게 되는 순간들이 생겼다.
잠깐 창가에 서서 숨을 고르거나,
물을 천천히 마시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순간들이 있었다.
커피가 아니라
내가 필요했던 순간들은
대단한 게 아니었다.
조금 덜 애써도 되는 시간,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
나를 재촉하지 않는 마음.
그걸 모르고 살 때는
커피가 대신해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커피를 줄이자
그 역할을 내가 직접 하게 되었다.
나를 살피고,
나를 멈추게 하고,
나를 다시 일으키는 일.
지금도 가끔 커피가 마시고 싶다.
사무실에 새로 들여놓은 커피 원두 향기를 맡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럴 때면 나는
커피를 마실지 말지보다 먼저
나에게 묻는다.
“지금, 나는 뭘 원하고 있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커피는 더 이상 필수가 아니다.
선택이 된다.
커피가 아니라
내가 필요했던 순간들.
그 순간들을 알아차리게 된 것이
커피를 줄이면서 얻은
가장 큰 변화였다.
그리고 아마,
이 변화는 커피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