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셔도, 다시 돌아오면 된다
커피를 줄이기로 마음먹고
다시 커피를 마신 날이 있었다.
그날은 괜히 하루가 망한 것처럼 느껴졌다.
“또 실패했네.”
“역시 난 안 되는구나.”
커피 한 잔보다 더 쓰게 남은 건
그 생각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날이 실패의 날이 아니라
그냥 커피를 마신 날이었다는 걸.
우리는 종종
‘끊기로 했으면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번 어기면
모든 과정이 무효가 된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삶은 체크리스트가 아니고,
습관은 버튼처럼 껐다 켤 수 있는 게 아니다.
커피를 다시 마신 날,
나는 나를 너무 쉽게 심판했다.
그동안 줄여온 날들,
건너뛴 오후들,
물이나 차를 선택했던 수많은 순간들을
단 한 잔의 커피로 지워버렸다.
그건 너무 가혹한 계산이었다.
커피를 다시 마신 날에는
이렇게 생각해도 된다.
“오늘은 그럴 수 있었어.”
“오늘의 나는 그게 필요했을지도 몰라.”
그건 변명이 아니라
상황을 이해하는 태도다.
자책은 변화를 돕지 않는다.
오히려 다시 원래의 습관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어차피 망했으니까”라는 마음은
늘 다음 잔을 부른다.
그래서 자책 대신
한 문장만 남겨보는 게 좋다.
“다음 선택은 다를 수 있어.”
커피를 마셨다면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두자.
좋았다면 좋았다고,
별로였다면 별로였다고.
몸이 어땠는지,
마음이 어땠는지만 가볍게 느껴보자.
평가하지 말고,
판결하지 말고.
중요한 건
커피를 마셨느냐가 아니라
그다음에 무엇을 선택하느냐다.
다음 날 물을 마실 수도 있고,
다음 오후를 그냥 넘길 수도 있다.
그 선택 하나로
흐름은 다시 돌아온다.
커피를 줄이는 과정에서
완벽한 날은 거의 없다.
대신 돌아오는 날들이 있다.
그리고 그 돌아오는 힘이
변화를 만든다.
커피를 다시 마신 날,
자책하지 말자.
그날의 나는 최선을 다했고,
지금의 나는 다시 선택할 수 있다.
다시 마셔도 된다.
그리고 다시,
줄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