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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초 Jun 10. 2024

워킹맘은 웁니다.

유치원 방학 때, 홀로 등원하는 아이.

 역사적으로 본인의 가족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민원인이  시간 열변을 토한 뒤에 돌아갔다. 그동안  휴대전화유치원에서 온  통의 부재중이 남아있었다.


막내가 아픈가? 걱정되던 차에, 유치원에서 전화가 또 걸려온다. 모르는 목소리.


"00이 어머님이시죠? 저는 방과 후 교사인데요, 전면방학 동안 긴급 돌봄 신청한 원아가 00이 포함해서 3명이었는데, 나머지 두 명이 안 한다고 하네요. 00 이는 그대로 등원하는 건가요?"

"네, 제가 요즘 너무 바빠서, 5일간 휴가를 쓸 수가 없어요. 죄송하지만 저는 등원을 시켜야 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00이 혼자 유치원에 모르는 선생님이랑 있으면 어색하겠지만, 어쩔 수 없지요. 기간제 선생님을 신청해야 해서 등원일자를 정확히 알려주셔야 해요. "

"7월 전면방학 중 4일만 등원하겠습니다. 나머지 1일은 제가 휴가 쓰려고요. 선생님, 죄송하지만, 00이 반 친구 두 명이 긴급 돌봄 때 등원을 원하고 있는데, 추가로 접수가능한지요?"

 "이미 설문조사가 끝나서, 불가능합니다."

" 두 명이 취소했으면, 그 자리에 넣어주실 수 없을까요? 00이 혼자 등원하는 게 마음이 짠해서요"

" 추가로 받으려면, 설문조사를 다시 해야 하는데, 유치원생 전원 설문을 다시 받기가 힘이 듭니다. 추가로 두 명을 받으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고요."



 막내의 유치원 전면 방학이, 초등학생인 첫째와 둘째의 방학과 일주일차이가 나서 막내를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이번방학부터는 다행히 유치원에 '긴급돌봄'제도가 생겼다. 지난해까지는 없었던 터라, 많은 엄마들이 긴급돌봄에 대해 알지 못하고 신청을 놓쳤다. 몇몇 엄마들이 추가신청하였으나 유치원에선 받아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막내는 전면방학 때 혼자 등원하는 아이가 되었다.


  텅 빈 유치원 건물에서, 생전 처음 보는 선생님과 단 둘이, 공사 중인 급식소 옆에서 9시간 동안 엄마를 기다릴 막내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리다.



 내 업무에 불만을 가진 민원인들과 상담하다 보면, 정작 해야 할 일들은 밀리게 되고 또 다른 민원이 터지게 되고 또 업무는 밀리고.  지리멸렬한 업무의 쳇바퀴 속에서 허덕이다 보면 어느새 하원시간이 훌쩍 지난다.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 일어나 앉은 이 시각에, 둘째 아들은 자면서 콜록콜록 기침을 한다. 내일은 둘째 녀석을 데리고 병원에 가야겠구나.


 


 업무 실적도 꼴찌, 집에서 엄마 노릇도 꼴찌. 나는 언제쯤 내 삶에 당당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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