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자라 내가 된다면,
유치원 상담으로 선생님을 처음 만났다. 오리엔테이션도 가지 못했고 하원도 돌봄 이후시간에 하다 보니 담임선생님을 처음 뵙게 되었다.
율리는 혼자 잘 노는 편이고요,
누구랑 단짝 이런 건 없어요.
눈에 띄지 않는 아이라, 작정하고 쳐다보지 않는 한, 반에 있었나? 할 정도로 조용히 지내요. 어무래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요주의 인물에게 눈길을 주게 되잖아요?^^; "
셋째 상담이라, 무덤덤하게 들어왔는데 선생님의 말씀에 주책없이 눈물이 흘렀다.
나의 유치원시절이 떠올랐고 내 학창 시절이 생각났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가 두 번 사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유치원 소풍 사진첩을 보면 다들 웃는데 혼자서 울상을 지으며 사진을 찍었다. 모두들 짝꿍이 있는데 나만 짝이 없었고 언제나 내 옆은 빈자리였다.
국민학교에서도 정월대보름, 한가위 때마다 "친구 한 명만 생기게 해 주세요"하고 달님을 볼 때마다 빈 것을 보면, 분명 이뤄지지 않았던 소원이었다.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짓은 하지 않았고 언제나 나에게 따라붙은 수식어는 '착한', '말 잘 듣는' , '성실한'이었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혼자 놀이하며 얼마나 애타게 친구를 갈구할지,
선생님이 혼내는 아이들을 힐끗 바라보며 자신은 혼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을 모습을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아이도 선생님 관심받고 싶을 텐데, 나 여기 있어요!! 외치고 싶을 텐데.
지금 회사에서 친한사람 한 명 없다고
집에 와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투덜댄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 하나 없는 사무실에서 하루종일 지내다 오면, 내가 그렇게 형편없는 사람인가 혼자 물어보다, 또 나는 원래 그런사람이었지 하고 우울해진다. 사실 가장 친한 친구는 '가족'인데. 피붙이도 붙어지내다보면 싸우기 마련인데, 하물며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일을 한다니, 어찌 트러블이 없겠는가. 가족끼리도 친하기 쉽지 않은데 사회에서 친구를 찾기란 모래 알 속에서 진주찾기보다 어려우리라.
네가 자라 내가 될텐데
너도 이런 고민을 하게 될까
꼭 알려주고 싶다
제일 소중한 친구는 '가족'이라고
네 뒤에는 언제나 엄마아빠 오빠들이 있을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