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재미가 사라졌다
아이들 때문에 필라테스 수업에 지각하는 줄 알았다. 아이들 아침밥 차려주느라 회사에 헐레벌떡 출근하는 줄 알았다. 아이들 전화받느라 오후 근무시간에 능률이 안 오르는 줄 알았다. 아이들만 없으면 야근하며 밀린 일처리를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이들 저녁 차려 주면서 같이 저녁을 먹으니 살이 찐다고 생각했다.
여름방학이라 내가 점심을 챙겨줄 수가 없어 일주일만 친정에 아이들을 맡기기로 했다. 더운 여름에 친정 엄마에겐 죄송하지만... 아이들 식사 챙기기, 씻기기, 숙제 봐주기, 약 먹이기 등 나의 모든 가사는 엄마에게 돌아갔다.
아이들이 없어도 필라테스 수업에 지각했고 아이들이 없으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회사출근 시간도 평소보다 일찍 도착하지 못했고 아이들 전화를 받지 않아도 오후시간은 기운이 빠지고 몸이 축 늘어져서 일의 능률은 오르지 않았다. 아이들 핑계로 많이 먹었던 저녁은 아이들이 없어도 주섬 주섬 챙겨 먹게 되고 오히려 저녁 간식으로 과자를 주워 먹어 아침이 되니 몸이 더 퉁퉁 불어있었다.
아이들이 내 일상에서 사라지니,
삶의 의욕이 없어졌다.
무얼 해도 재미나지 않고 무의미하다.
집에 굴러다니는 아이들 노트, 장난감, 만화책, 그림그린 종이 등등을 보니, 그동안 집이 어지럽다고 왜 그리 혼을 냈던가 후회가 밀려온다. 아이들이 없는 집은 너무 넓다. 남편과도 한두 마디가 끝이다. 아이들 이야깃거리가 없으니 할 말이 없다.
아이들은 내 인생이었던 것이다. 소중함을 모르고 함부로 마구 다루었던 내가 후회스럽다. 앞으로 잘해 줘야지, 혼내지 말아야지, 잔소리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