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아플 때
여동생은 16년 차 직장인이다. 첫째 조카를 낳고는 백일만에 복직했고 둘째 조카 태어난 후 1년 8개월 쉰 것 외에는 계속 일을 했다.
그런 여동생이 얼마 전부터 몸이 아프더니 제부가 옮아서 열이 나더니 엊그제부터는 둘째가 폐렴에다 고열, 어제부터는 첫째가 열이 났다.
전화를 해 볼 수도 없다. 아이들이 아플 땐 전화를 받는 것조차 짜증 나는 걸 알기에 전화를 걸지 않는다. 다만 간간이 아이들 상태를 물어보는 카톡만 날린다. 애들 열은 어떤지, 여동생 몸은 어떤지, 잠은 좀 잤는지.
일만 해도 이렇게 몸이 천근만근인데, 일하면서 아이들 키우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아이들이 아프면 더 죽을 맛이다.
더더군다나 여동생이나 나나 주변에 아이들을 맡아줄 시댁이나 친정이 없다. 그럴 땐 더더구나 아프면 앞이 노래진다.
회사에 눈치 보며 휴가를 쓸 수밖에. 요즘 누가 휴가를 눈치 보며 쓰냐지만 구닥다리라 그런지, 괜히 밀려 있는 일들을 뒤로한 채 아이들 아플 때마다 팀장한테 휴가를 올리고선 팀장 눈치가 보인다. (1-2년 후엔 후배들이 팀장자리에 앉을 텐데, 그럼 더 눈치 보이겠지?)
조카들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긴장하게 된다. 늘 조카들이 아픈 후 일주일쯤 지나면 우리 아이들이 아팠다. 서울 사는 전염병균이 중부지방에 확산되기까지 일주일 정도 걸리나보다.
워킹도 힘든데, 워킹맘까지 하려니 더 고달프고, 아픈 아이 돌보는 워킹맘은 울 수밖에 없다.
계속 회사를 다녀야 하나, 때려치워야 하나, 아이들이 아플땐 가슴속 사표가 나 여기있소 하고 고개를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