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봄, 피어나는 우리의 마음
돌계단을 하나씩 차근차근 밟아 오르는 길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조심스럽다. 어쩐지 이곳은 함부로 걸어서는 안 될 것만 같아 내딛는 발걸음마다 바둑돌을 내려놓듯 신중할 수밖에 없다. 기나긴 시간 동안 차곡차곡 쌓아 올린 돌은 축대가 되고, 성벽이 되었다. 한 사람의 염원을 담아 만들어진 곳에서는 기이함과 경이로움을 넘어 어떤 신성함마저 느껴진다.
매미성은 여전히 축조 중이다. 관광객들 사이로 한쪽에서는 이 성의 주인이자 건축가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같아 보였고,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에 맞서려는 그의 의지와 염원이 어쩐지 청새치와 전투를 치르는 노인(헤밍웨이 / 노인과 바다)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그 비슷한 느낌을 공곶이에서도 느낄 수 있다. 노란 입술을 쭉 내민 수선화가 가득해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유쾌해지는 사랑스러운 곳이다. 이곳 역시 한 부부의 오랜 각고 끝에 개척된 땅이다. 그 정성 어린 땀방울이 아니었다면 결코 볼 수 없었을 곳이기에 더 아름답고 귀하다.
무언가를 공들인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기 위한 인내의 시간. 그래서 더욱 함부로 대할 수가 없다. 탑을 쌓듯 우리의 마음도 한 겹 한 겹 쌓아 올린다. 이 아름다운 장소들도, 우리의 마음도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