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봄, 피어나는 우리의 마음
자동차로 14번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바람의 언덕을 가리키는 이정표와 자주 마주치게 된다. 바람의 언덕. 이상하게도 그 이름에선 격한 사랑이 느껴진다. 어쩌면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폭풍의 언덕』의 영향을 받은 건지도 모른다. 혹은 오스카 코코슈카의 그림 <바람의 신부> 때문인지도 모른다. 작품 속 지독하고도 강렬한 사랑이 연상되는 이름이다.
그늘 한 점 없는 언덕을 오르면 사방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하늘과 땅, 그리고 땅과 바다의 경계에 위치한 언덕은 매우 낭만적이다. 그리고 그 사이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바람이 있다.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도 바람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는 어떤 그리움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이것은 바람에 대한 언덕의 사랑일까? 결코 사랑은 소유할 수 없다. 하지만 언덕은 자신에 대한 소유권을 넘김으로써 완전히 바람에 귀속되었다. 나는 네 마음을 가질 수 없지만, 너는 이미 나의 마음을 가졌다고.
우리는 인생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저 단순히 스쳐 지나갈 수도 있고, 삶에 깊이 스며들어 애착을 갖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일방적인 사랑은 지독한 상처가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이미 겪어본 적이 있지 않은가. 사랑도 어느 정도 비슷한 속도와 감정의 깊이로 나아가야 우리라는 아름다운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