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봄, 피어나는 우리의 마음
나는 아직 비둘기호를 기억한다. 서울 태생의 엄마와 경기도 태생의 아빠 사이에서 태어나 비둘기호를 타고 신촌-문산 구간을 통과하며 외가와 친가를 오가곤 했다. 비둘기호가 없어진 후로는 통일호를 타고 다녔다. 또, 비둘기호만큼 무궁화호도 많이 탔는데, 나의 여행 절반이 무궁화호였다. 새마을호는 이상하리만치 정이 가지 않아 건너뛰고, 지금은 동대구-서울 구간의 KTX를 많이 타고 다닌다. 생활의 편의를 위해 KTX를 이용하지만, 내가 선호하는 기차는 비둘기호나 무궁화호(정확히 말하면 무궁화호도 완행은 아니지만, 지금은 일부 완행의 기능을 담당한다) 같은 완행열차다. 느림이 주는, 그 나른하고도 여유로운 분위기와 편안함이 좋다.
급행 고속열차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었다. 급행 고속열차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정차역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열차가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는 역은 점차 제 기능을 잃어간다. 그런 역들은 시골의 간이역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뽑힌 화본역이 그 예이다. 현재 일부 무궁화호 열차가 종종 정차를 하지만 언제라도 폐역이 될 수 있다(2018년의 기록을 다시 꺼내 재정비하고 있는 2024년 현재 군위는 대구에 편입을 했고, 12월에 화본역은 폐역 예정이라고 한다).
낡고 아담한 간이역이 주는 고즈넉한 정취는 어떤 낭만이 있다. 그래서인지 문학이나 음악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사진이나 드라마·영화 촬영지로도 자주 쓰인다. 드라마 '화양연화'와 영화 '리틀포레스트'를 보면서 이곳 화본역을 알아봤을 때, 오랜 친구의 소식을 들은 것처럼 너무 반가웠다. 아름다운 추억들이 떠오르며 다시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오래된 것들은 바래지고 잊혀져간다. 사라져가는 것들이 아쉽고 애달프다. 그것이 추억의 장소일 경우에는 내 일부 어딘가가 떨어져 나간 것만 같다. 그와 연애하면서 참 많이도 다녔다. 즐겁고 행복한 기억들이 점점 바래지다 사라지는 것이 두려워 나는 이렇게 기록을 남기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