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봄, 피어나는 우리의 마음
우리 도시에서는 이제 그 누구도 고양된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사람들은 아나같이 단조로운 감정만 느꼈다. "이제 끝날 때도 됐는데"하고 시민들은 되뇌었다. 재앙 기간에 집단적 고통이 끝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하기도 하고, 또 실제로도 그것이 끝나기를 바랐던 것이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페스트』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덮친 팬데믹에도 라일락은 자신의 향기를 잃지 않고 피어난다. 마스크를 쓴 내 코에도 그 향기가 스며 들어와 잠시나마 현실 속의 우울함이 사라진다. 그동안 불안했던 마음이 진정된다. 부정적인 감정은 내보내고 모든 긴장을 내려놓아본다. 꽃이 주는 명상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라일락은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꽃이다. 화려해 보여도 대단히 섬세한 꽃이다. 어쩌면 그 극단의 성질이 지금 이 시국과 이렇듯 잘 어울리는지도 모른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카페에는 단 한그루의 라일락 나무만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 커피향보다 더 진한 라일락향기가 가득 담긴 이곳에서 정말 오랜만에 편안함과 여유를 느껴본다. 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가! 이 사소한 일상마저 잃은 지금은 모든 세상이 고립되어 온통 불신뿐이다. 당분간은 이렇게 살아가겠지만, 앞으로는 또 어떤 세상이 찾아올지 모를 두려움은 마스크 속에 감춰두자. 재앙 속에서도 분명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