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저를 이해하지 못해요
"집에서는 공감받을 수 없어요. 남편은 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남편과 자살 사고 관련하여 있었던 에피소드를 진료실에서 이야기했다. 배우자가 차분히 반응했고 이해하려 노력했으나, 나의 자살 계획을 듣고는 불가능하다고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나는 반발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내가 못할 것 같아? 그래, 내가 보여줄게.' 이런 마음이 차올랐다고. 선생님은 안타까운 탄식을 뱉으셨다.
과거 남편과의 대화에서 상처받았던 경험을 한 가지 더 말했다. 2023년도 합창단 활동 당시, 공연곡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곡이었다. 솔리스트 오디션에 왜 지원하지 않느냐는 지휘자님의 질문도 받았지만, "아, 제가 요즘 너무 바빠서요."라고 둘러대며 오디션 참가를 거절했었다.
나에게는 더없이 마음 쓰린 일이었다. 너무 하고 싶은데, 나의 이런 상태 때문에 도전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뼈저리게 아팠다. 그러던 와중에 남편은 차에서 그 음악을 계속 듣고 싶어 했다.(남편도 나와 같은 합창단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나는 언젠가 한 번 차분하게 나의 생각을 전달한 적이 있다.
"내가 사실 이 곡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고 좀 힘들어. 너무 하고 싶었던 곡인데, 솔리스트도 정말 도전하고 싶었는데, 목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잖아. 무대에서 합창 파트를 제대로 노래할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라, 그래서 이 노래를 듣는 것 자체가 나는 조금 고통스러워."
용기 내서 꺼낸 말이었다. 당시에는 알겠다고 했고 이해한다 했지만, 남편은 한 번씩 나의 눈치를 보며 그 곡을 차 안에서 다시금 플레이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당신은 정말 나를 배려하지 않는구나. 내가 이 노래 듣는 거 싫다고 말했잖아. 힘들다고 말했잖아. 왜 이렇게 내 의견을 무시해? 그거 차 안에서 안 들을 수 없어?"
서러웠다. 서러워서 눈물이 쏟아졌다. 엉엉 울면서 싫다고 말했다. 남편은 미안해했다. 다시는 같이 있는 공간에서 듣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상처는 다 받은 뒤였다. 이제 와서 그럼 뭐 하나,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단순한 서운함이 아니라 존중받지 못한 기분이었다. 실망이 컸다.
남편의 반응을 볼 때마다 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이게 서운해도 되는 상황이 아닌 건가? 가장 가까운 사람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럼 혹시 내가 잘못된 것 아닌가? 나 자신조차도 내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혼란스러웠다. 그럼 나는 대체 어디서 이해받을 수 있을까. 그곳은 병원밖에 없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받아본 깊은 이해.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사람은 집이 아닌, 진료실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