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책 덮고 자!”
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 엄마인 나의 고성과 더 읽겠다는 아이와의 실랑이. 누가 보면 우리 애, 완전 책벌레인 줄 알겠다. 이 자식의 속내가 궁금해진다. 자기 싫어 책을 방패 삼아 버티는 건지, 진짜 책의 재미에 푹 빠진 건지 알쏭달쏭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기만의 책의 바다에 푹 빠져나오지 못하는 중인 아이들의 모습에 흐뭇함을 숨기지 못하고 입꼬리가 올라간다는 점이다. 주변 소음과 빛이 내려앉은 한밤중에 오롯이 책과 마주하는 이 시간의 달콤함을 아이들도 아는 것이라 믿고 싶다. 만화책 아닌 무슨 책이라도 읽고 있으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늘 그렇듯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 씨앗이 움트려 하고 있다. 이것이 나의 책육아의 현주소이다.
책육아의 시작은 초등맘들의 아침요정인 이은경선생님을 통해서였다. 우아하게 늘어뜨린 긴 머리로 검은색 티의 빵꾸를 가리고 있다는 솔직하고 유쾌한 선생님의 잔소리 3종세트가 아침마다 날아든다.
"독서하셨나요? 운동하셨나요? 칭찬은요?"
이렇게 엄마표 공부라는 것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초등엄마표 공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책육아'는 공식처럼 따라붙는다. 책을 읽어야 문해력 향상이 되고 그것이 공부를 잘하는 유일한 비법인 줄만 알았다. 그러다 보니 파이팅 넘치는 엄마는 아이들보다 저만치 앞서가서 아이들 보고 빨리 오라고 닦달한다. 그러다가 못 따라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거밖에 못하나 싶어 한숨을 토해낸다.
결코 만만히 볼 것은 아니었다. 평범하게 학원 다니면서 책 없이도 잘하는 아이들이 주변에 널려있는데 쉬운 길을 두고 참 유별나게 군다 싶을 때도 있었다. 책육아 관련 도서를 나름 열심히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내용은 어디론가 휘발되어 버렸다. 끝없이 나오는 정보 속에서 길을 잃어 멘붕이 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육아를 포기할 수 없는 까닭은 책의 본모습을 보아서일까?
인지적 요소를 넘어서 정서적으로 책이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리라는 확신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안식처로서 그 곁을 내어주고, 무료할 때는 재미있게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친구가 되어준다. 아이들도 이런 책과의 동행을 평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젠가 아이들이 내 곁을 떠나도 책과 함께 하는 인생을 살아간다면 조금이나마 안심이 될 거 같고 비로소 나의 책육아는 성공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공부 좀 잘 시켜보겠다고 시작한 책육아가 변했다. 이제는 책이 아이들과 평생 함께 해 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난다. 더 이상 야심 차게 힘을 주어 책육아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놓지만 말자는 심정으로 가늘고 길게 바라보기로 한다. 아이의 책 읽기에 대해 걱정 어린 눈길로 흘끔거리거나 책 좀 읽으라고 퍼붓기보다는 내가 먼저 책을 읽기로 한다. 그것이 백 마디 잔소리보다 더 가치 있는 것임을 알기에.
자, 오늘은 무슨 책을 읽어 볼까.
-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